[시론] 국민 자부심 바닥에 떨어졌다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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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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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 자부심 바닥에 떨어졌다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둘러싼 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무너지는 안보, 도탄에 빠진 경제, 사회·문화적 퇴행은 뒷전이고 조 장관 관련 기사가 온통 언론을 도배질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혹도 문제이지만 이런 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제 해결 능력이 더욱 문제이다. 한 마디로 문제 투성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하는 공직자가 존중받고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권위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공직자에게는 직(職)을 수행할 능력에 더하여 청렴, 강직, 정의감, 진실성 등에 있어 일반인들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도덕률이 요구되는 것이다. 공직자의 도덕적 권위가 없다면 아무도 그런 공직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받들고 인정하는 권위는 실력을 겸비한 도덕적 행실에서 나오는 것이지, 법적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도덕률은 어느 개인이나 집단이 창안한 것이 아니며, 수많은 사람들의 생존 기회와 자유의 확장을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도덕률을 지키는 행위에는 유쾌한 감정을 느끼고 이에 거스르는 행위에는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정의감을 공유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유지한다. 즉 사람들은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정의롭게 행동하도록 도덕률에 의해 훈육된다. 개인의 도덕심은 이런 과정을 통해 알게 모르게 습득된다. 지금까지 규율되지 않은 정의롭지 못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도덕률이 생겨 기존의 것들을 보완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도덕률의 발전은 정부와 같은 특정 집단에 의한 걸림돌이 없을 때 가장 잘 이뤄진다.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한 말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으로 부도덕하고 현명하지 못한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다. 정의감에 배치되는 행위는 기존 또는 새로운 도덕률에 의해 제지되는데, 사람들은 이를 경험적으로 체득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기존의 도덕률을 파괴하고, 능력에 더하여 권위를 가진 공직자로서의 모습을 다듬어가는 도덕률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도덕과 법을 기초로 대한민국의 질서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앞장서서 이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조 장관 임명의 부도덕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의 상원의원이었으며 제41대 대통령을 지낸 부시(George H. W. Bush)의 아버지인 프레스캇(Prescott) 부시는 자녀들에게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그 전에 가족이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의 물적 토대를 갖추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공공 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가사(家事)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직자로서의 갖춰야 할 도덕성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 현 정권의 행태를 보면 조선의 임진왜란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선조는 오직 자리 보존에만 연연했고, 선전 분투하는 이순신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는 커녕 의심하고 경계했다. 이순신은 아마도 왜군과의 싸움보다도 조정과의 싸움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신은 조정의 '정치'에는 상관하지 않고 오직 구국의 일념으로 전장에 임해 조선을 구했다. 이순신의 칼에는 지저분한 정치가 묻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작금의 현실을 목도하며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자부심은 바닥을 쳤을 것이다. 사회 질서의 형성 및 그 운행 원리와 그에 따른 국민의 삶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고, 오직 정권의 획득·유지·연장에만 관심을 가진 일부 정치인들의 행동거지에 대한 이 나라 국민의 인내심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은 커녕 수치심만 가득 심어주는 이 정권이 국민에게 무엇인지를 묻지 않는다면 21세기 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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