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지도자, 반대편 사람까지 설득해 공통 이익·목적 함께 추구해야"

절대적으로 옳고, 잘못된 정책 없어… 선거제개편 최선 '대의제 시스템' 고민해야
재정, 국가 환란 때 위기 극복할 최후 보루… 정부, 지출에 신중한 입장 취해야
반대자들 입장을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설득해 공감대 만드는 것이 '포용적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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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지도자, 반대편 사람까지 설득해 공통 이익·목적 함께 추구해야"
오연천 울산대 총장(前서울대 총장)

이슬기기자 9904sul@


[]에게 고견을 듣는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前서울대 총장)




"오늘날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반대자들을 어떻게 감성적 공감대를 형성해 설득하느냐는 것입니다. 포용적 정부란 객관적 조건과 상황을 제시하고 반대자를 설득함으로써 지지자들의 의견을 결집하는 것 못지않게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도 공통의 이익과 목적에 함께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지지자들을 받드는 일도 힘들고 가혹한데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고려해 정책을 만든다는 것은 더 가혹한 과정이거든요. 그러나 가혹함에도 불구하고 늠름히 임하는 리더야말로 진정한 21세기 미래형 국회의원이고 고위관료고 대통령이라고 봅니다.(중략) 성숙사회로 진입할수록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공통이익을 어떻게 추출할 것이냐는 데 대한 태도도 더욱더 원숙해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선거제도가 그러한 원숙한 생각을 갖고 원숙한 사람이 뽑히는데 적절하냐는 데 대해서는 여야 정치인이나 국민, 언론들이 냉정한 성찰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갈등을 조정하고 오해를 분해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과 대화에는 소통과 조정, 이해, 성찰, 자율, 성숙, 포용 같은 긍정적 단어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 자신이 걸어온 경로를 그대로 나타내는 말이었다. 그는 학자로서뿐 아니라 대학행정가로서 부드럽지만 굳건한 리더십을 실천해왔다. 서울대 총장(2010~2014년) 재임 시 말도 많던 서울대학교 법인화를 둘러싼 정치권과 학내 갈등을 순조롭게 풀어냈다. 현재는 의학연구발전의 엔진으로 부상 중인 울산대 총장으로서 '미래 대학'을 준비하고 있다. 오 총장은 대학 울타리를 넘어 정부와 관련한 문제, 교육 정책, 청년 문제와 더불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털어놨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오 총장은 "의견 결정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고 우선순위를 제시해야 할 정치권이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키면서 정치적 결정과 판단의 문제를 검찰·법원 등 사법부의 영역으로 전가시키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심각하게 노정되고 있다"며 "주요 정당의 대표가 플래카드를 들고 사법당국에 처벌을 호소하는 진풍경은 정치권이 스스로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정치권을 가차 없이 질타했다. 또한 "지금 국회에서 선거제 개편 논의가 있지만 우리 국가 발전과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서 어떠한 대의제 시스템으로 갈 것이냐는 데 대해 뼈 깎는 고민을 해야 한다"며 "우리당이 몇 석을 더 얻을 것이냐, 다음 선거에서 내가 당선될 것이냐는 문제를 뛰어넘어 민주주의 본질에 입각한 대의제를 만들어야 하는 성숙된 자세가 절실하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청명한 날씨로 한강이 더욱 오롯이 굽어보이는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졌다. 오 총장은 특유의 제스처와 꿰뚫는 듯한 눈초리로 2시간 동안 열강을 펼쳤다. 한 자도 빠뜨리지 않아야 할 수계를 받아 적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편하고 즐거웠다.

-고시에 합격한 후 관리의 길이 아닌 학자의 길을 걸으셨는데요, 물론 정부 정책수립에 많은 조언과 자문을 해오셨지만.

"꼭 공무원이 되겠다고 하는 신념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던 차에 행정고시를 쳐서 공직을 맡아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들어가서 보니까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또 그 당시에 공무원 해외유학 제도를 제가 기안을 했고, 기안을 한 사람이 첫 번째로 또 유학을 가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됐지요. 공부를 해보니 앞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심하고 박사과정을 마치고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어요. 제 연구분야는 정부 활동 중에서도 예산의 편성과 운용에 관한 것입니다. 효율적 정부는 예산의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가 연구의 초점입니다. 제도운영과 현실적 정책수단으로서 정부 예산을 연구 대상으로 삼습니다. 재정관리학이란 실사구시적 차원에서 연구하는 학문이지요."

-학자로서 공직 생활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까.

"학자만 했다면 이론 중심으로 생각을 했을 텐데, 현실에서 벗어나 이론적인 맥락과 메시지에 치우쳤을 텐데, 공무원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어떠한 주장과 이론도 제도적 맥락 속에서 읽다보니까 더 공부를 하게 되더라고요.'아 이것이 정부 정책에 채택되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가'라는 이론에 현실을 가미해보는 태도를 갖게 됐어요. 현실을 감안하고 적용하는 데 대해 비판하는 사람은 소위 이론적 순수성, 너무 현실 친화적이지 않느냐는 시각도 공존한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저한테는 젊은 시절 공무원 경험이 제도를 이해하고 또 사회의 다양한 현실을 이해하고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현실과 아카데믹의 조화에서 나오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아카데믹에 몰두함으로써 이론적인 가치를 전달하고 이론형성에 기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부분만 존재하면 안 되고 현실이라는 것도 인간의 삶 속에서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 역점을 두기 때문에 두 가지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봐요."

-조국 법무부장관이 임명된 명분이 검찰 조직 밖 사람으로서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는 것이었거든요. 어떤 조직을 경험해보지 않았던 사람이 그 조직을 더 잘 개혁할 수 있는 건가요.

"간접경험이라든지 관찰, 소신 같은 것을 제도의 맥락 속에서 연마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본인 하기 나름이고요. 검찰 출신이 아니어서 검찰 개혁을 잘 할 것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조직 이기주의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일 텐데, 양면성이 있다고 봐요. 기존 사법제도의 틀 속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조직의 자기확장적 행동 패턴이라든가 선입견이라든가 하는 것이 없고 백지 상태에 있다는 장점은 있을 수 있죠. 그러나 그 장점이 유효적절하게 발휘가 되려면 그것을 제도로 실현하는 과정에서는 바로 제도적 맥락에 대한 이해와 고심을 더 많이 해야겠지요."

-편견 없는 개혁이 될 수 있겠지만 그에 비례해 더 깊은 이해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원점, 순수함, 무균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현실화되려면 그것이 소위 말해서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현실의 조건과 가치, 제도적 의미와 맥락도 깊이 통찰하고 그것을 어떻게 잘 접목하느냐가 최고의 상품(개혁)을 만드는 관건이 된다는 것이지요. 법무부장관으로서 또 입법과정에서 제안자로서 국회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경우, 이해충돌 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돼죠. 그리고 국회도 여와 야가 있기 때문에 여당과 보조를 맞추긴 쉽지만 야당의 이해를 구하고 야당과 최대한의 공감대를 늘리려는노력을 어떻게 진지하게 하느냐가 법무부장관으로서 요구되는 덕목이자 책임이지요."

-현직 대학총장님이시고 오래전 일이지만 조국 장관이 재직했던 대학의 총장이기도 해서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한 사적 견해를 여쭙기 어렵습니다. 다만, 조국 장관의 의혹이 해소된다는 전제를 달고 볼 때 그가 검찰개혁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요?

"어쨌든 장관으로 취임을 했으면 지지자들의 기대는 물론이고 거부 입장을 가졌던 마음도 추스르는 모습을 보여야지요."

-한국경제가 안 좋습니다. 확장적 재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도가 지나친 게 아닐까요. 문 정부 들어와서 2년 동안 정부예산이 100조원 이상 늘었거든요.

"정부 재정을 바라보는 진보와 보수라고 하는 이분법적 시각이 있어요. 정부의 재정적 역할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면 양쪽 공감대가 수렴돼요. 우리 사회에 아직 공공수요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겁니다. 정부 재정역할의 증대 또는 확대재정이라고 하는데, 적극적으로 역할을 펴는 것을 진보적 입장이라고 봐요. 그 반대로 국민의 기대욕구를 점진적으로 또 부담 능력 안에서 가자고 하는 것은 보수적 입장이고요. 그런데 이렇게 보면 진보와 보수라는 것이 결국 대립적인 것이 아닌, 국민의 기대욕구에 모두가 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방법론적으로 빨리 적극적으로 또 미래 부담에 대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당면 필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 적극론자 또는 진보론자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또 상대적으로 미래 재정의 부담능력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가자 이렇게 보면 보수적인 입장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다른 나라 경우를 봐도 어느 시점에서는 어떤 주장이 우세하죠. 국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만약 환란이 닥쳤을 때 위기 극복의 보루가 재정이라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어요. 심지어 재정의 역량이 적더라도 국공채 발행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죠. 흔히 말하는 케인시안(Keynesian) 시각이지요. 말하자면 재정이 펌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이 적극적 재정을 펼쳐야 할 때인가요.

"적극적 재정을 펼쳐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양론이 있어요. 그럴 때는 정부가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보수적인 입장이고요. 학자로서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GDP에서 차지하는 수출·수입 물량, GDP에서 대외부분이 차지하는 웨이트(비중)가 60%에 이릅니다. 일본은 아마 30% 내외고 미국이 20% 내외죠. 독일이 우리과 비슷한 비중일겁니다. 그만큼 대외경제활동을 통해서 성장을 하는 개방경제죠.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유의할 것이, 대외경제 여건 변화에 취약하다는 겁니다. 내수 기반이 약해서 대외 경제활동을 많이 해야 그 나라 경제가 이끌어지기 때문에 대외경제 여건이 어려워질 때, 예를 들어 IMF사태라든가 하는 대외지불능력이 취약해질 때 최후 보루가 바로 재정입니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IMF 등 국제금융기구나 유수국가들이 재정을 통해 대외지불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돈을 빌려줄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던 겁니다. 국민경제에 대한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재정건전성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앞으로 미구에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니까 재정이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하려면 가급적이면 건전재정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비교적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정치세력이 집권했을 때도 주효한 변수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대외경제 여건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거지요. 그리고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있어요. 재정 지출이라는 것은 매우 경직적입니다. 한 번 이뤄지면 다시 줄이거나 원상회복 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은 정부의 재정지출에 의한 서비스가 나오면 그것을 그 다음부터는 당연한 것으로 여깁니다. 탄력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지속적인 성장잠재력이 뒷받침될 때 현재 이뤄지고 있고 곧 이뤄질 재정서비스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는데, 그러러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야 합니다."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요.

"그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이냐 하는 것이 앞으로 재정관리의 핵심입니다. 정치권이 국민의 기대에 빨리 부응해야 하는 속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지속적으로 가능한 조건을 갖추려면 조금 속도가 늦더라도 안전하고 든든하게 재정을 관리하는 것이 애국적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관료들도 그러한 자세를 가져서 선출된 권력에 조언하고 진언도 하고 맞장토론도 해야 하는 것이죠. 우리 국민이 그런 관료들을 가질 때 우리가 짊어지게 될 짐에 대한 공감대도 넓히게 될 겁니다. 거기에 언론, 학자들도 함께 참여해 공론화하고 뜻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고 진보와 보수가 갈려서 저 사람은 보수기 때문에 정부 역할에 대해서 유보적이라고 낙인찍어 서로 비난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의 주장을 겸허히 듣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씀 같습니다.

"재정의 역할, 정부 역할에 대해 지금까지 얘기한 것처럼 크게 두 가지 어프로치가 있는데, 어떻게 신중하게 그 두 가지를 믹스하느냐, 어떻게 정책 믹스를 할 것이냐는 데에 대해 충분한 토론을 하고 의견을 결집해 선택된 정책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행정대학원에서 공직자 교육을 많이 하셨잖아요, 교육적 인풋을 하면 어떤 아웃풋이 나오는 것을 보셨나요. 어떤 정책적 변화가 있었는지요.

"소위 말해서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고 전달된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에요. 체화해야 돼요. 지식과 지혜가 자기 것이 돼야 하고 자기가 그것의 주인이 돼야 해요. 수용과 체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교육의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건데요, 또 그것이 반복될 때 축적이 되는 거고요. 그것을 개인에서 집단으로 확장하면, 가령 정부 내로 확장하면 좋은 정책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는 거지요.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공부한 공직자들에게도 분명히 그런 과정과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1970년대 공직자의 해외유학을 입안하시고 직접 다녀오셨는데요, 당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당시 해외에 한 번 나가는 것도 어려울 때인데요.

"우리나라 공직사회, 그 구성원들이 글로벌적 시각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가 있었어요. 그런데 공무원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공직에 매어있으니 그런 기회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해외유학의 기회를 줘 2~3년 공부할 기회를 가지면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는 데 있어서 정책 품질이 나아질 것이라고 봤던 거에요. 사고의 개방성, 사고의 글로벌 마인드 차원에서 제안을 했었는데, 그 당시 상급자 분들이 받아들여서 75년부터 국비 공무원 해외유학제도가 만들어졌지요. 80년대 들어 많은 공직자들이 해외유학을 놓고 경쟁을 하고 그 분들이 다녀와서 주요 공직에 포진하면서 정부정책의 질적 향상에 기여했다고 봐요. 기안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지요."

-총장님께서 우리나라 공직사회에 큰 기여를 하셨네요!

"그 때 사무관으로 기안을 했지만 과장이나 국장 장관 상급자 분들이 당시 어려운 외화 보유 여건 속에서도 흔쾌히 동의를 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지요. 당시 오원철 수석 같은 분들이 외화 예산을 편성하는데 큰 힘이 되어주셨어요. 하나의 밀알이 10년 20년을 걸쳐 풍요로운 밀밭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 입증이 됐다고 봐요. 한덕수 전 총리와 현오석 전 부총리 같은 분들이 공무원 해외유학의 기회를 가졌던 분들입니다. 공직자로서 세계적 조류를 접하고 성과를 내신 분들이 많아요."

-재정학자로서 보시기에 70년대 80년대 고도 성장기 국민들의 땀이 중요했지만 제한된 자원을 갖고 어떻게 유효적절하게 투입해 성과를 최대화 하느냐는 엘리트 공직자들의 아이디어와 헌신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데요.

"어려운 여건 속에도 단기간에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데는 일단 열심히 일한 근로자, 그 다음에 기업자정신에 투철했던 기업인,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삼위일체가 되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기업가정신을 뒷받침하고 근로자들에게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 거지요. 특히 70년대 공직자들의 기여가 컸습니다. 그리고 80년대 90년대 들어서면서 차차 정부의 기조적 역할보다는 시장의 자율성을 촉발하는 정부와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했고요. 그 다음 2000년대 들어서서는 사회의 균형과 화합, 사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무원들의 성숙한 자세가 작용했다고 봐요. 그래서 사회의 변화에 따라 공무원들의 역할도 진화해왔다고 볼 수 있어요. 진화된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가 공무원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것이죠. 특히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어요. 그러나 언론이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부족한 면이 크게 띄니까 눈에 안 차는 측면도 있을 겁니다."

-사회 집단 및 계층간 이해충돌이 격화되는 데 따른 공적 조정 능력이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게 더 요구되는데, 그에 비해 능력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쉽습니다. 달리 말하면 정치인과 고위관료의 리더십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50년대 60년대 소작농 수준의 가정경제일 때는 갈등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열 몇 시간씩 일을 해야 하니까 갈등이 생길 틈이 없는 거에요. 그러나 부농이 된다 하면 생활수준이 높아져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지면서 갈등 요소가 증가합니다. 갈등이 늘어나니까 그것을 해결할 마인드가 필요하고요. 우리의 정치적 리더십도 마찬가집니다. 민주제의 근본은 어디에 있습니까? 선거제와 투표제에 있거든요. 그러나 60년대 70년대 초반에는 잘 살아야 한다는 욕구가 강해서 우선 허리 졸라매고 살자고 하는 자세가 있었어요. 소득이 증가하면서 우리의 보편적 이익이 무엇이고 어떻게 추구해야 하느냐에 대해서 상당히 논란이 일고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성숙사회로 진입할수록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그 과정을 통해 공통이익을 어떻게 추출할 것이냐는 데 대한 태도가 더욱더 원숙해져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의 선거제도라는 것은 그러한 원숙한 생각을 갖고 원숙한 사람이 뽑히는데에 적절하냐는 데 대해서는 여야 정치인이나 국민, 언론들이 냉정한 성찰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선거제 개편 논의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데요.

"지금 국회에서 선거제 개편 논의가 있지만 우리의 국가 발전과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서 어떠한 대의제 시스템으로 갈 것이냐는 데 대해 뼈 깎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우리당이 몇 석을 더 얻을 것이냐, 내가 당선될 것이냐는 문제를 뛰어넘는 대의제를 만들겠다는 성숙된 자세가 절실합니다. 그러려면 끊임없는 성찰이 있어야 하고요. 21세기 정책의 포지션은 절대적으로 옳고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55%는 지지하고 45%는 반대한다고 한다면, 선거제라는 것은 51%가 당선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에게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해야 하는 책임이 부여되는 거에요. 51%로 당선된 사람은 나머지 4%의 사람의 지지자가 다시 55대 45로 나누어집니다. 그렇다면 51%로 당선된 사람은 자기를 찍지 않은 49%가 자신이 추구해야 할 정책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고려해야 할 책무에 직면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치적 결정 단계에서 제도적 결정 단계로 옮아올 때 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책무를 지는 겁니다. 그것을 다른 말로 하면 포용이고 균형이고 또 배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와 정책의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주의적 가치관을 갖고 임해야 한다는 겁니다."

-'포용적 정부'가 계층을 나누는 프로파겐다가 아니라 상대 입장을 존중하는 '정치적 금도'로 쓰여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합니다.

"반대자의 입장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객관적 상황을 들어 반대자를 설득하고 함께하는 것이 포용적 정부의 모습입니다. 감성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키라고 생각해요. 저는 21세기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지지자들의 의견을 결집하는 것 못지않게 반대자들과 어떻게 감성적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냐가 국회의원이건 장·차관이건 대학행정을 하는 사람이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지지자들을 받드는 일도 힘들고 가혹한데,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고려해서 정책을 만든다는 것은 더 가혹한 과정이거든요. 그러나 가혹함에도 자임하고 늠름히 하는 사람들이 21세기형 국회의원이고 고위관료고 사회지도자라고 봅니다." -국민과 유권자들은 어떠해야 하나요.

"넓은 시각을 갖고 지도자를 뽑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권자들이 자기 생각의 지평 안에만 갇혀 투표를 하면 선택의 폭은 좁아집니다. 유권자들도 넓고 개방적인 시각을 갖고 선거에 임해야 우리 정치가 선진화되고 좋은 리더를 선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입안하는 정책이 경쟁력을 갖는 거라고 봅니다."

-총장님이 서울대 총장과 행정대학원장으로 계시면서 겪은 대학 개혁과 문제해소 과정의 경험을 두 권의 책으로 내신 적 있는데요. 서울대를 특수법인으로 전환할 때 겪은 난관을 극복한 사례도 있고요.

"제가 법인화된 서울대의 첫 총장이었어요. 지금 여당이 당시는 야당이었어요, 서울대 법인화를 반대했어요. 국회에서 전격 통과된 법안의 집행을 맡은 공직자로서 시행해야 할 의무가 제게 부여됐어요. 당시 야권 의원님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가졌어요. 대학의 자율성과 대학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높이는 변화가 요구되고 그러려면 서울대의 법적 위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렸지요. 당시 당론으로는 반대를 했지만 개별적으로는 격려도 해주어 집행과정이 원만하게 진행이 됐습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가 국립대로서 법인으로 성공적으로 전환을 하게 됐지요."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한 데는 오해가 있었던 건가요.

"국립 서울대라는 위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국립이라는 데는 변화가 없어요. 이 부분에서 오해가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행정기관으로서 국립대학이 아닌 독자적 법인격을 가진 국립대 서울대라는 거지요. 법인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출하게 돼 있고요. 법에도 서울대학교 법인에 대한 지원은 과거와 동일한 수준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법에 명시가 돼 있습니다. 당시 반대를 한 사람들은 법인 전환이라는 것이 '시장화'라느니 정부가 서울대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느니 하는 말이 있어서 오해를 했던 겁니다. 법에 국립 서울대학교라고 규정돼 있어요. 다만, 특수법인 서울대학교는 여러 국립대학교 중 하나가 아니고 서울대학교 법인이라는 독자적인 법인이라는 의미입니다. 특수법인 형태의 한국은행과 비슷한 예일 겁니다. 제가 총장을 하기 10여 년 전부터 서울대는 자율성을 갖는 특수법인 형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제가 총장을 하면서 성공적으로 마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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