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기고] 극한환경 측정기술 왜 중요한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908/2019082102102369660001[1].jpg "[기고] 극한환경 측정기술 왜 중요한가")
급속한 경제발전을 위해 응용과학에 치중해왔던 우리나라도 최근 기초과학원(IBS) 설립이나 기초과학 투자정책 수립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기초과학 투자기준은 여전히 선명하지 않다. 기초과학의 미래를 위해 창의적·혁신적 아이디어를 요구하지만, 여전히 투자 대비 실적이나 산업 생산성, 경제파급효과 등을 고려한 연구를 요구한다. 이런 기준을 들이대면 연구자는 성공 가능한 수준의 연구주제를 선정할 수 밖에 없다. 학문적·기술적 뿌리를 확보하기 위한 '누구도 해보지 않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기초연구에는 도전하지 않는다. 이러면 기초과학 강국의 달성은 어려울 것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기준을 세우는 것은 간단하다. 기초과학 선진국의 상징인 노벨과학상 수상 기준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인류의 삶과 지식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힌 새로운 발견을 한 과학자에게 노벨상을 수여하라"는 노벨의 유언은 투자 기준을 제시한다. 실제, 그간 노벨과학상 수상결과를 보면 대부분은 기초과학에서의 '새로운 발견 또는 발명'이었다.
그럼 새로운 발견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미 초등교육에서 배웠듯이, 관찰의 결과인 발견은 측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측정은 이론적 예측을 검증하는 마지막 과정이기도 하다. 즉, 측정은 과학 활동의 시작점이자 끝점인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측정기술의 개발은 새로운 발견을 위한 선결조건인 것이며 기초과학 강국들은 새로운 측정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그러나 20세기에 개발된 측정기술에 의한 발견은 이미 포화상태다. 기술은 산업응용에 집중하는 정상과학 상태에 접어들었으므로 21세기의 새로운 발견을 위해서는 측정기술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류는 지속 가능한 발전 및 생존을 위해 일반환경을 벗어나 우주, 지구 심부, 심해, 극지 등 미지의 극한환경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극한환경과 극한측정 기술에 관한 연구는 필수적이다. 또한 극한환경은 일반환경과는 달리 '새로운 발견의 신대륙'이어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측정기술 개발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극한 연구는 학문적·기술적 뿌리를 확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NASA는 우주라는 극한 환경을 다루면서 측정기술 개발로 많은 새로운 발견을 해왔다. 정수기, 전자레인지, 방화복, 선글라스, 이유식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산업도 발생시켜 왔다. 이를 보면 극한 연구에서의 새로운 측정기술 개발은 앞으로도 인류의 삶과 지식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힐 것이라 예상된다. 중국은 기초과학 강국 이란 목표를 달성했을 뿐 아니라, 향후 극한측정기술 상업화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다중극한 융합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SECUF, 2014)을 국가과학설비 투자사업 3위에 선정하였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기는 기회다. 이번 한일 경제전쟁으로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도 중요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튼튼한 기초과학'이 경제안보의 바탕임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초연결, 초지능과 더불어 미래과학기술의 발전방향인 '극한'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 측정기술 개발의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새로운 발견을 이룬다면 노벨상도 기대된다. 극한 기술의 스핀오프를 통해 미래 산업과 경제안보의 교두보도 마련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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