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차이나타운만 겨우 명맥… "냉면·삼치거리, 이름만 남게 생겼어요"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풀뿌리상권] 차이나타운만 겨우 명맥… "냉면·삼치거리, 이름만 남게 생겼어요"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자문위원과 취재진이 방문한 인천 차이나타운 거리.

인천=박동욱기자 fufus@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17 인천 상권Ⅱ (차이나타운·화평동냉면거리·동인천삼치거리)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상권 정밀진단

차이나타운


특색 확실… 고정수요 있고 점포수 유지

음식 특화거리 중 그나마 성업하는 편

손님 발길 예전만 못해… "30%나 감소"

냉면·삼치거리

과장방송 탓 부정적 이미지

"가게들, 맛은 생각 않고 한방노린 탓"

14곳이 지키는 삼치거리도 내리막길

붉은색과 금색으로 장식된 길거리를 걷다보면 어디서든 짜장면집이 보인다. 한 그릇에 2000원부터 1만원까지 가격대도 다양하고 하얀짜장면부터 까만짜장면까지 선택지도 다양하다.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며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이곳은 인천에 위치한 차이나타운.

지난달 16일 취재진은 차이나타운을 비롯해 화평동 냉면거리, 동인천 삼치거리 등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음식 특화거리들을 방문했다. 오전 11시께 처음으로 방문한 차이나타운에는 점심시간이 가까웠지만 인적이 드물었다. 주말에는 관광객으로 북적인다고는 하지만 최근 1~2년새 방문객의 숫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게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방문객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비단 차이나타운 만의 얘기는 아니다. 끼니 때마다 북적였던 냉면거리와 삼치거리에도 점점 발길이 끊기고 있다는 것. 그나마 차이나타운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냉면거리와 삼치거리의 상인들은 떨어져가는 매출에 하나 둘 폐업에 나서고 있다.

냉면거리에서 냉면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40대)는 "거리를 찾는 손님 수가 작년의 3분의 1도 안되는 것 같다"며 "그나마 여름에는 손님이 많은 편인데도 사람을 고용해 쓰는 집들은 적자운영을 한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차이나타운, 명맥은 유지하지만…"손님 1년새 30%가량 '뚝'"=네이버 지도상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에 위치해있다고 등록한 중식당만 38개다. 등록되지 않은 식당과 인근에 있는 식당까지 합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식당이 많다고 모두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방송에 나와 유명해진 몇몇 식당들은 주말 기준 30분 이상 대기해야만 먹을 수 있지만, 나머지 집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그나마 손님이 많은 식당의 경우도 예전에 비해 매출이 뚝 떨어졌다. 한 유명 짜장면집의 종업원은 "지난 1년새 손님이 20~30% 줄었다"고 설명했다.

매출과 방문객들이 줄어들었음에도 차이나타운은 음식 특화거리 중 가장 성업중인 곳이다. 특색이 확실해 꾸준히 찾는 사람도 있고 음식점의 숫자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혀 외국인 관광객도 붐빈다. 하지만 이곳에는 다른 갈등의 씨앗이 존재한다.

차이나타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화교들로, 이 일대 식당 종업원들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중국 동포들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중국인과 중국 동포들이 동네로 모여들었고, 한국인 원주민들과는 별개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됐다. 또한 관광지로 지정돼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발생했다. 이같은 이유로 한국인 원주민들은 대부분 거리를 떠나게 됐고, 남아있는 한국인들은 중국인 및 중국 동포들과 갈등이 생겼다.

실제 이날 만난 차이나타운 인근 한 거주민이 중국인·조선족에 대한 적개심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일도 있었다.

차이나타운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씨(60)는 "지금 거리가 깨끗하고 방문객들도 있지만 원래 이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다 나갔다"면서 "한국사람들이 살기가 힘든 환경이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20개 넘던 냉면집, 현재는 9개= 한때 20개에 달했던 화평동 냉면거리의 냉면집들은 현재 9개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이중 2곳의 경우 사장이 개인회생을 진행중이라 경매로 넘어갔다. 정상적인 영업을 진행 중인 냉면집은 7개 뿐이다.

1970~80년대, 당시만해도 대중적인 음식이 아니었던 냉면을 주변 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싼 가격에 판매한 것이 냉면거리의 시초였다. 냉면을 맛본 손님들이 이 거리에서 냉면장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손님들이 사리를 더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처음부터 푸짐한 양으로 음식을 제공했고, 냉면 그릇도 세숫대야처럼 커졌다. 이날 방문한 냉면집에서도 6000원의 가격에 일반 성인의 얼굴보다 큰 세숫대야에 가득 담긴 냉면 한 그릇을 받아볼 수 있었다.

거리가 유명해지며 미디어의 관심도 커졌고, 그렇게 촬영해 방송된 화면에는 과장된 모습이 나왔다는 게 냉면거리에서 냉면집을 운영 중인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과장된 방송을 보고 냉면거리를 방문한 손님이 자연스레 실망하고, 이런 손님들의 숫자가 늘어나 '별 볼일 없는 이미지'가 생긴 것이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가게들도 단골을 만들 생각은 안하고 그 순간 파는 것만 신경쓰다보니 방송을 선택하게 됐을 것"이라며 "결국 맛이 가장 중요한데, 와서 실망하는 손님들이 늘어나면 결국 여름이 지나 겨울이 되면 망하는 순서만 남는다"고 비판했다.

◇"명동만큼 잘 나갔던 삼치거리…지금은 '뒷전'"=삼치거리의 상인들도 줄어든 방문객에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치거리가 위치한 동인천역 주변은 과거 인천의 가장 큰 번화가로 꼽혔다. 하지만 인천의 다른 지역들이 개발되며 이 지역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삼치거리에서 만난 정종원(50대)씨는 "개발에 밀리고 밀리다보니 가장 번화했던 이 근방이 결국 꼴찌동네가 돼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삼치거리는 지난 1960년대 '인하의 집'이라는 식당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당시 가정집에서 손님을 받았던 '인하의 집'은 인하대학교 학생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 됐다. 이 식당의 인기에 삼치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온 거리가 모두 삼치집이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 삼치거리에 남아있는 삼치집은 14개에 불과하다. 상인들이 체감하는 손님의 숫자도 절반으로 대폭 줄었다. 저녁 영업만 하던 일부 가게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자 매출 하락에 최근 점심 영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낮에도, 밤에도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정씨는 "인근에 전문대를 유치하는 것 아니면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