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내년 2월로 연기 요청
건설업계 "잦은 정책 변화 불안"
건설업계 "잦은 정책 변화 불안"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오는 10월로 예정됐던 청약 시스템 개편이 내년 2월로 연기될 전망이다.
한국감정원이 청약 관련 금융정보를 취급할 수 있게 하는 주택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9월 분양 성수기 청약 시장이 큰 혼선을 빚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업계의 지적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에 청약업무 이관을 10월 1일에서 내년 2월 1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결제원의 청약업무를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데 필요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 아닌 한국감정원이 청약통장 가입자의 금융정보를 취급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이 권한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논의조차 해보지 못했다.
10월에 개편된 청약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최소 한 달 이상 테스트에 돌입해야해 늦어도 이달 하순까지는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또 개편 작업을 위해서는 3주간 청약업무를 중단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가을 분양 성수기인 9월에 신규 분양이 전면 중단된다. 9월에 청약업무를 중단하려면 최소 몇 주 전 건설사 등 사업 주체에 청약업무 중단 사실과 중단 기간을 공지해야 하는데 이 타이밍도 맞추기 어렵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해 문제를 만들기보다 차라리 청약업무 이관을 연기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결제원 노조가 지난달 31일 청약업무 이관 연기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하고 있어 내년 2월 연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결원 노조는 최근 성명서에서 "국토부의 청약업무 이관 연기 책동을 규탄하며, 청약업무 이관 연기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9월 중 청약업무가 중단된다는 소식에 사업장에 따라 분양 일정을 앞당기거나 연기하고 있는데 청약시스템 개편 자체가 지연되면 분양 일정을 또다시 짜야 할 판"이라며 "정부의 정책 변화가 잦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청약 일정은 내 집 마련 수요자와의 약속이기도 한데,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불확실성이 커 분양을 예정대로 할 수 있을지 몰라 불안하다"며 "사업주체 뿐만 아니라 무주택 청약예정자를 위해서도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