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선분양하더라도 현재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산정 기준이 터무니없이 낮아 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만2000여 가구의 재건축 최대 단지인 둔촌주공의 경우 조합 수익이 최고 1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건설업계에서는 HUG의 합리적인 분양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가 1만2032가구이고, 일반 물량이 4787가구에 달하는 재건축 최대 단지인 둔촌주공아파트는 올해 10∼11월께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어 일단 상한제 적용은 피해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HUG 기준으로 분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24일부터 강화된 HUG의 새 분양가 기준을 적용하면 이 아파트의 일반분양가가 3.3㎡당 평균 2600만원대에 책정될 전망이다. 이 아파트 조합이 2016년 관리처분 당시 산정한 일반분양가 3.3㎡당 2748만원(부가세 별도)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조합 측은 시세 등을 고려해 3.3㎡당 3500만원대의 분양가를 요구하고 있지만 HUG는 가장 최근 분양단지인 강동구 고덕자이의 분양가(3.3㎡당 2445만원)와 강동구 일대 평균 시세 등을 고려해 조합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예상대로 3.3㎡당 2600만원대에 책정될 경우 조합 희망 분양가보다 3.3㎡당 800만∼900만원 낮아져 조합의 예상 수입은 9000억∼1조원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또한 조합원 추가부담금 증가도 불가피해진다.
둔촌주공아파트 조합들은 고덕 자이와 입지여건이 다른데 같은 분양가 기준을 적용하라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합들이 차선책으로 시행을 앞둔 분양가상한제를 따를 경우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일반분양분의 3.3㎡당 분양가는 2500만원 이하로 현재 예상치보다 더 낮아진다.
둔촌주공아파트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둔촌 주공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시세가 3.3㎡당 4300만∼4500만원을 웃도는데 굳이 멀리 떨어진 고덕동 시세를 준용해 2000만원대 중반에 분양하라고 하니 조합 측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 단지도 초비상이다. 흑석3구역 조합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당초 HUG와 3.3㎡당 3200만∼3300만원 선에 분양가 협의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HUG가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3.3㎡당 분양가가 2200만원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현재 흑석동 일대 새 아파트 시세가 3.3㎡당 4500만∼50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고, 조합 요구에 비해서도 3.3㎡당 1000만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건설업계는 HUG의 분양가 심사 기준이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분양가의 안정적인 관리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현재 HUG 기준을 적용한다면 송파 잠실과 거여동, 강남 수서와 압구정동의 분양가가 똑같아야 한다는 논리여서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조합이 예상했던 3.3㎡당 평균 분양가보다도 최소 1000만원 이상이 낮아질 전망이다. 사진은 둔촌주공 철거전 전경.<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