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네트워크 슬라이스` 왜 필요한가

유승화 아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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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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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네트워크 슬라이스` 왜 필요한가
유승화 아주대 명예교수
5G 시대. 우리는 초연결 사회를 앞두고 있다. 5G 시대에는 자율주행, 로봇, 원격진료,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서비스가 본격화된다. 하나의 통신망이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기 위해서 5G에서는 물리적으로 하나의 네트워크이지만 마치 다수의 네트워크처럼 동작하도록 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스'(Network slice)를 제공한다. 네트워크 슬라이스는 개별 서비스에 적합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연시간, 데이터 량, 전송 속도 등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편리한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살기 좋은 사회가 다가오고 있지만 지금도 국민들은 가계통신비 부담이 크다고 불만인데, 5G 시대가 본격화 되면 지금보다 통신비가 더 많아질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제로 레이팅'(Zero rating)이다. 제로 레이팅은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와 제휴를 통해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 주는 제도이다. 제로 레이팅을 도입하면 소비자는 데이터 요금을 아낄 수 있고,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받을 요금을 콘텐츠 사업자에게 받기 때문에 손해가 없다.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진입 장벽을 낮춰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또한 취약계층의 통신비 감소 등 공공영역에서도 활용할 수도 있다. 반면 제로레이팅은 망중립성을 위반할 우려가 있고, 또한 대규모 자본을 가진 소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제로 레이팅이 5G 시대의 핫이슈로 떠오른 데는 최대 전송속도는 4G의 20배에 달하고 그만큼 데이터 사용량도 늘어나며 통신비 인상과 직결된다.

네트워크 슬라이스는 네트워크가 가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통신망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하드웨어 장비를 모두 교체할 필요 없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5G는 물리적 회선 상에서 각 서비스 별로 독립된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받기 위해서 반드시 네트워크 슬라이스 기술이 필요하다. 가상화된 어떤 회선에 장애가 생기더라도 다른 가상 회선에는 영향을 주지 않게 되며, 서비스 품질에 차등을 둘 수 있게 된다. 네트워크 구조를 가상화해 통신 서비스에 맞는 환경을 만들 수 있어 비용 절감과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통신사가 특정 서비스 회사에게 맞추어진 네트워크 슬라이스와 같은 차별화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망중립성 원칙을 위반되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과 EU의 망중립성 규정에 따르면 모든 네트워크 슬라이스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네트워크 슬라이스를 통해 특정 IT 기업만을 차별적으로 우대할 경우에도 망중립성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 그러나 망중립성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소비자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고 경직적인 망중립성 원칙 적용이 기술혁신과 소비자 혜택을 제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5G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4G보다 20배 빠르다. 즉 고속도로 차로가 넓어져 차로 운용에 여유가 생긴 것과 유사하다. 이동통신업계는 이들 차로를 세분해 자율주행, 의료정보, VR 같은 데이터를 각각의 전용 차로로 보내자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경부고속도로에 버스전용차로를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효율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성공적인 경우와 유사하다. 5G 시대의 핵심 산업 중에 자율주행, 원격진료, 산업용 로봇 등은 빠르면서도 안정적인 전송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홀로그램 공연, AR/VR 등은 대량의 데이터의 빠른 통신 속도가 중요하다. 전용 차로를 만들 수 있으면 각각의 용도에 최적화된 맞춤형 통신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서 관리형 서비스인 IPTV나 VoIP를 망중립성 예외로 인정하고 있는 가운데, 5G 경우 자율 주행이나 원격 의료 등이 관리형 서비스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논의가 시작됐다. 망중립성 원칙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미국 FCC가 최근 이 원칙을 폐기하면서 글로벌 환경이 변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가오는 5G 시대에는 자율주행용, 의료용, 스마트폰용 네트워크를 나눠 별도 속도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5G 관련 산업을 선점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5G 통신이 시급하게 필요한 산업과 기업에 통신 자원을 우선으로 사용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스타트업들은 반대 입장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업들은 주로 대기업이므로 혜택이 차별적으로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5G 망에 전용차로를 구축할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구성한 5G 통신정책 협의회가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그러나 모두를 만족시킬 해법은 없고 중장기적으로 국익이 되는 전략적 방향으로 추진되어야한다. 현재 우리는 5G를 미래 먹거리로 설정하고 글로벌 국가경쟁력 향상을 추진해 왔다. 미국이 4G 주도권을 가진 덕분에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에 이르는 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처럼, 5G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헬스,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VR/AR 등 신산업에서도 주도권을 잡으려한다. 그래서 우리는 무리한 일정으로 세계 최초로 5G 상용서비스를 추진하였다. 따라서 5G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서비스 활성화에 대해서 적극적이어야 한다.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하되 5G 주도권을 유지하는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 망중립성과 관련해 5G의 대표적 기술적 특성인 네트워크 슬라이스를 관리형 서비스로 인정하여 통신사가 제공할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

특히 자율주행의 경우 SK텔레콤, KT 등 국내이통사들이 5G의 핵심 서비스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서비스 투자 활성화를 위해 망중립성 예외를 인정하고 문제 발생시 보완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폭넓게 관리형 서비스로 인정할 경우 중소기업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그럴 경우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완해 주는 방식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또한 제로 레이팅과 관련해 사전규제보다는 해외사례처럼 불공정 경쟁과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사후규제를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옛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구냐'는 이야기가 현실화 되면 곤란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5G 서비스는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속적인 논의도 필요하지만 빠른 전략적인 결정을 내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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