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사시생 떠나고 매출 곤두박질… “특단조치 없인 무너져”

상권 정밀진단
신림동 고시촌
샤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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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사시생 떠나고 매출 곤두박질… “특단조치 없인 무너져”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자문위원과 취재진이 방문한 신림동 고시촌의 주변상권.

사진=이슬기 9904sul@


[풀뿌리상권 살려내자]사시생 떠나고 매출 곤두박질… “특단조치 없인 무너져”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자문위원과 취재진이 방문한 관악구 샤로수길 상가 거리 모습.

사진=이슬기 9904sul@


[풀뿌리상권 살려내자]사시생 떠나고 매출 곤두박질… “특단조치 없인 무너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10 신림동 고시촌·샤로수길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상권 정밀진단

신림동 고시촌


사시 폐지된 후 고시원·원룸들은 모두 초상집

최근 노량진서 유입된 公試生 덕 상황 나아져

주머니사정 뻔해… 상권 활성 연결까지 어려워

샤로수길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들어오며 젠트리피케이션

임대료 너무 올라 일부 상인은 이미 가게 접기도

"샤로수길 인기에 매출 올랐지만 세입자들은 부담"



지난 4일 이른바 '신림동 고시촌'으로 불리는 서울 관악구 대학동의 한 고시생식당 앞. 점심 시간인 오전 12시가 되자 각종 공무원 학원에서 학생들이 쏟아져나와 식당 앞이 붐비기 시작했다. 이내 학생들이 선 밥 줄은 긴 인간 띠를 형성했다. 경찰시험을 준비 중인 학생 A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 대부분이 집에 돈을 타 쓰며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보니 아껴쓸 수밖에 없다"면서 "이 식당은 그런 공시생들의 씀씀이에 맞는 식당이어서 많이들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12월 사법시험이 폐지된 이후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던 서울 신림 고시촌이 갱생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사법시험생이 떠난 자리를 일반 공무원 시험 준비생과 직장인 외국인 등이 채우면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바람 앞에서 촛불처럼 위태위태하다는 게 디따 해결사의 진단이다. 과연 신림 고시촌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디따 해결사가 나섰다.

◇고시촌 상인들 "여전히 빡빡해"=서울 관악구 대학동에서 고시생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은 "2017년 사법시험 제도가 폐지되기 전과 비교해 매출이 최대 70~80% 줄어 꽤 힘들었다"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량진 등에서 건너오는 공무원시험 준비생들과 각종 시험 준비생들 덕분에 현재는 약 50% 줄은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선 긴 줄은 사시생들이 붐빌 때 비하면 긴 것도 아니다"면서 "그때는 식당 앞만 붐비는 게 아니라 큰 길까지 가득 찼었다"고 말했다.

사법제도 폐지에 따른 여파는 계속되고 있었다. 고시생 식당을 나와 인근 도로 약 500 미터를 걷는 동안 장사를 하지 않거나 빈 집인 상태로 있는 곳도 눈에 띄었다. 이 지역에서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는 사장은 "처음 사법시험 제도가 폐지되고 난 뒤에는 먹고 사는 길이 막막해져 원룸하는 사람들이나 장사하는 사람 모두가 울었다"면서 "결국엔 못 버티고 떠난 사람들이 있다보니 공실률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는 노량진 등이 갑자기 커지고 집 값 등이 비싸져 그 지역에 있던 공무원 준비생을 비롯해 공인중개사 준비생들이 넘어오다보니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주인은 "사시생들이 넘쳐날 때만해도 도로에 학생들 얼굴만 보일 정도로 가득 찼었다"면서 "현재는 그런 상황까지는 기대하지도 못하고, 오는 손님들도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과 인근 상인들"이라고 말했다.

◇고시원이 원룸으로, 고시식당은 공시생으로 =아울러 이들 지역으로 들어오는 직장인들의 유입도 눈에 띄었다. 고시촌의 저렴한 월세와 물가에 이끌린 직장인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공인중개사를 운영 중인 사장은 "사시 폐지 이후 상권이 붕괴되어 이 지역에서 살던 모든 사람이 힘들었다"면서도 "현재는 각종 자격증 준비생을 비롯해 공무원 생, 직장인들이 저렴한 고시촌 지역으로 넘어오다보니 임대료는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주인은 "오히려 인구 유입은 사시 폐지 전보다 늘어났다"며 "무엇보다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 싸기 때문에 직장인들도 많이 찾아오니까 신축하거나 고시원 등을 리모델링한 원룸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신림동 고시촌 일대 전봇대에는 '보증금·제세공과금 무, 월 13~16만원, 사계절 24시간 온수' 식의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실제 고시원이 없어진 자리에는 이른바 저렴한 가격에 '잠만 자는 방'이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수요에 비해 상권은 여전히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림동 고시촌으로 새로 유입된 사회 초년생 직장인들이 이들 지역에서 소비를 덜 한데 따른 것이다.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B씨는 "이 일대가 여의도나 노량진보다 집 값과 물가 등이 저렴해 공시생들과 직장인들을 불러 모아 임대료를 상승시킨 원인으로 꼽힌다"면서도 "직장인들의 경우 대부분 사회 초년생들이 돈을 모으기 위해 들어오다 보니 잠만 자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상권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 강남권으로 출퇴근 하는 사회생활 3년 차인 C씨는 "서울 집 값이 비싸 이 지역에서 월세로 살고 있다"면서 "주로 잠자는 곳으로만 활용하고 나머지 식비 등을 사용하는 곳은 강남이나 여의도, 신촌, 홍대 "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정작 잠만자다보니 이근처 지역에 있는 식당 같은 곳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상권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실험 진행 중=상황이 이렇다보니, 관악구청과 서울대가 신림동 고시촌의 변화를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서울대는 고시촌을 청년 창업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림로 117번지에 스타트업 캠퍼스 '녹두집(zip)'을 만들었다. 창업 지원센터와 사무실 공간이 들어선 '녹두zip'을 중점으로 고시촌을 창업촌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이곳에 입점한 스타트업 기업들은 저렴한 물가와 대학 인프라가 최대의 장점이라고 꼽은다. 고시촌을 다양한 예술 실험이 펼쳐지는 문화 공간으로 변신시키겠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미대 대학원생들이 뭉친 '지속가능갤러리'와 고시촌 내 첫 소극장 '광태소극장'이 대표적이다.

앞서 오전에 들른 서울 관악구 신림역 근처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새로 유입된 직장인 인구가 지역 상권의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다는 점이다. 인근 지역에서 공인중개사업를 하고 있는 주인은 "이곳 지역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저렴한 집 값을 찾아온 직장인 등이 대부분"이라면서 "이들은 이곳에서 잠만 자는 경우가 많아 실제 저녁에 술집이나 식당을 가도 지역에서 오래 살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오후에 들른 서울 관악구의 '샤로수길'은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돼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샤로수길은 그동안 '프랜차이즈 청정지대'로 각광받았지만, 최근 일부 업체들의 진입으로 임대료가 상승하며 기존 상인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샤로수길서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은 "이 지역에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업체들이 들어왔다는 것은 임대료가 뛰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결국 우리도 샤로수길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사장 또한 "샤로수길이 뜨면서 사람들이 많아지고 매출이 오른 것은 맞다"면서도 "임대료도 같이 뛰고 있어 세들어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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