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나올 악재는 다 나왔다. '누진구간 확장안'은 이제 마지막 악재다." 한국전력에 대한 증권가 중론이다. '누진구간 확장안' 채택에 따른 실적 감소 우려에도 한전 주가는 '방긋' 웃었다. 그동안 한전을 짓눌렀던 누진제 개편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털었다는 안도감이 때문이다.
19일 오후 2시40분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한전은 전날보다 1.18% 오른 2만5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전날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3가지 중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요금 부담을 완화해주는 '누진구간 확장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채택했다. 누진구간이 확장되면 할인 혜택을 받는 가구 수는 1629만 가구(2018년 사용량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할인액은 월 1만142원이고, 요금이 오르는 가구는 없다.
누진제 개편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한전에는 대표적인 악재로 꼽힌다. 누진제 완화에 따른 전기요금 인하는 결국 실적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누진구간 확장안이 시행되면 한전은 매년 4700억원의 매출 감소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누진제 완화에 따른 전기요금 할인효과는 평년의 사용량 기준에서 2536억원, 폭염을 겪었던 지난해 기준으로는 2847억원에 이를것"이라며 "결국 요금인하는 한국전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코스피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하던 한전이 무너지게 된 것도 누진제 개편안이 불거지면서다. 2016년 8월 전국을 강타한 폭염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율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전은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갔다. 한전 주가는 2016년 5월13일 6만3700원을 찍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다가 이날 현재까지 약 60% 폭락했다. 현재 시총 순위도 19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악재에도 이날 주가는 4거래일 만에 반등에 나섰다. 전기요금 인하는 가뜩이나 실적난에 시달리는 한전으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지만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기대가 실적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월 주택용 누진제 개편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후 한전 주가가 25% 넘게 하락했는데, 최종 권고안이 확정돼 주택용 전기요금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바닥 수준으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분석도 낙관론에 힘을 싣는다. 현재 한전의 주가는 10년 전인 2009년 6월19일(2만9000원)보다도 낮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4배로 청산가치에도 한참 못 미친다.
전기요금 할인폭 역시 이미 시장에서 예상하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최 연구원은 "누진제 개편의 영향은 작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는 한전의 재무 여건에 비추어 더 이상의 정책적 불이익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