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5개월 연속 0%대
투자·소비지표 꾸준히 내려앉아
대기업 매출 뚝, 中企 생존위기
투자·소비지표 꾸준히 내려앉아
대기업 매출 뚝, 中企 생존위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0%대에 머물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디플레이션 소용돌이(deflationary spiral)'에 휘말리는 모양새다.
디플레이션 소용돌이(deflationary spiral)란 '투자감소→고용감소→소비위축→물가하락→투자감소'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악순환은 마치 하수구의 물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빠져나가듯 한 국가의 경제를 침몰시킨다.
아직 마이너스 성장으로 내려앉지는 않았지만, 우리 경제의 투자·소비지표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과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도 내수 부진과 무상교육 확대 영향으로 1%를 넘기지 못했다. 문제는 경기활황을 이끄는 기업조차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8년 기업경영분석(속보)'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4.2%로 전년(9.9%)보다 5.7%포인트 낮아졌다. 한은은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 2만4539개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대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7년 9.5%에서 작년 4.3%로, 중소기업은 11.3%에서 3.9%로 둔화했다. 중소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9.8%→4.5%)과, 비제조업(9.9%→3.8%)이 모두 줄었다. 반도체·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 등 주요 수출품목의 수출 증가 폭이 축소하며 전자·영상·통신장비 매출액 증가율이 2017년 19.9%에서 지난해 3.1%로 크게 줄었다.
디스플레이 업체의 신규투자가 줄고 발전플랜트 수주가 감소해 기타기계·장비(18.6%→-2.9%) 매출액은 마이너스 전환했다. 건설(11.7%→-1.2%) 매출액도 감소 전환했다. 대형 할인점 매출이 부진한 데다 수입 자동차 판매액이 둔화하며 도매·소매(10.1%→5.2%)도 거의 반토막 났다.
매출액 증가세가 둔화하다 보니 전체 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6.9%로 전년 7.3%보다 소폭 하락했다. 대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1%, 중소기업은 5.9%로 모두 0.5%포인트씩 악화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기업들의 비율은 통계편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은 32.3%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성장성이 크게 둔화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고용률도 2017년에 비해 늘지 않았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 연간 고용률을 보면 지난해 고용률은 66.6%로 2017년(66.6%)과 동일하다.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던 것과 대비된다. 올해 들어서도 고용률은 지난 1월 65.9%로 1년 전에 비해 0.3% 감소했고, 가장 최신 통계인 지난 4월(66.5%)은 전년 동월 대비 0.1% 하락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1000명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1월까지 20만∼30만 명대였던 취업자 증가 규모는 지난해 2월 10만4000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 1월(1만9000명)까지 12개월 연속 부진했다. 2월(26만3000명)과 3월(25만 명)에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다시 10만 명대에 그치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큰 이유는 자영업자 비중이 큰 소매업과 제조업 일자리 감소 폭이 커서다. 도매·소매업(-7만6000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5만3000명), 제조업(-5만2000명) 등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제조업은 지난해 4월부터 13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경제의 허리인 30대와 40대가 각각 9만명, 18만7000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과 50대는 각각 33만5000명, 6만5000명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 소용돌이에 이미 발이 빠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고용 부진의 다음 단계인 임금 하락은 정부가 최저임금 상승 등 정부 정책으로 방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자영업자 등 사회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발표한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근로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중 61.2%가 최저임금 상승으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변한 근로자는 전체의 18.8%에 그쳤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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