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저물가, 놔두면 저성장 악순환고리 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동향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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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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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저물가, 놔두면 저성장 악순환고리 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동향분석팀장
물가 상승률이 너무 낮다. 미중 관세 전쟁, 원화 환율 급등, 수출 부진 등 대외 경제 이슈에 가려져 있지만, 내수 경기 부진에 따르는 저물가는 관심 밖이다. 물가가 이슈가 된다면, 물가는 낮은데 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높은가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와의 괴리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 최근 지속되고 있는 저물가 현상 그 자체이다.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백약이 무효하다. 한국 경제는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가 아니라서 디플레이션은 아니지만, 디플레이션 바로 직전의 상황이다. 특히 최근의 저물가는 원자재 가격이나 기술진보에 따르는 상품 가격 하락이 견인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부진에 따르는 수요 압력 약화가 주요 원인이라서 저물가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다. 모든 가능한 정책을 동원하여 저물가 현상을 벗어나야 경제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물가 지표를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경제에 이상이 생긴 징후가 농후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물가 지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연간 1.5%였지만 올해 1월부터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이 0%대에서 머물고 있다. 국제상품시장의 일시적인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는 유가의 흐름이나 계절성과 기상이변에 따라 급변동하는 농산물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의 흐름도 올해 3, 4월에 0%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신선식품 물가는 마이너스다. 통계청은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품목을 중심으로 생활물가 지수를 발표하는데 이 역시 올해 2, 3월에는 0%의 상승률을 보였었다. 물가 상승률이 왜 이렇게 낮은가?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 내수 경기의 부진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내수 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낮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는 작년 연초 이후 증가율이 가파르게 낮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는 작년 4분기 대비 11% 감소했다. 소매판매 증가세가 낮아지는 이유는 고용 여건이 악화되고 부채의 원리금 상환이 계속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확대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설비투자도 최근의 국내외 경기 흐름을 보면 확장되기 어려운 여건이 전개되고 있다. 일단 작년 투자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는 올해에 축소폭이 커질 것 같다. 세계 반도체 시장이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조업 생산능력을 나타내는 설비투자 조정압력이 2018년 1분기 이후 확대되는 모습이었지만 2019년 1분기에 감소로 전환되었다. 올해 전체적인 경제나 제조업 경기 전망이 암울하여 기업의 투자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공급 측면을 보면 물가 하방 압력보다는 물가 안정화 압력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국제 유가가 많이 올랐지만, 이것은 올해 연초대비 상승한 것이며 작년 같은 기간 보다는 아직도 낮은 상황이다. 국제 곡물 가격은 최근 하락하고 있고, 국내 농축수산물 및 신선식품 가격도 양호한 기상여건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구조적으로는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이 쉽게 유통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점, 결제 및 배송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공급자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 유통단계가 축소되는 점 등은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가 계속 이렇게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경제가 저활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물가가 계속 낮다면 소비자 개인들은 물건 사기를 미룰 것이다. 이런 현상이 확산되면 기업 역시 생산과 투자를 미루고 고용을 줄일 것이다. 저물가와 경기 부진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을 하루빨리 막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은 재정수지가 건전한 상황이니 재정 지출을 확장하여 경기 부양을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기준금리 인하도 고려해야 한다. 저성장과 저물가. 더 이상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여건은 형성되어 있다. 대외 경제 이슈, 예를 들면 미중 무역분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저물가와 부진한 내수 경기를 극복하는 것은 우리가 해 낼 수 있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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