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팰리세이드 양산 물거품… 최근 실적 반등세 찬물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물량 37% 美 수출… 존립까지 위협
외교 정책적인 문제… 현대·기아차 지켜볼뿐 뾰족수 없어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물량 37% 美 수출… 존립까지 위협
외교 정책적인 문제… 현대·기아차 지켜볼뿐 뾰족수 없어
국산차 '美관세폭탄' 임박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건너간 차는 전체 수출에서 3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서 생산한 차 10대 중 3대가 미국으로 가는 것이다. 내달 중 윤곽을 드러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자동차 '관세 폭탄' 적용 여부에 국산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최대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는 사실상 국산차 업계에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수입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결정이 내달로 다가온 가운데, 국산차 업계가 최대 25%의 '관세폭탄'을 맞을 경우 현대·기아자동차의 타격이 가장 극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공장은 미국 의존도가 최대 40%에 달하는 만큼 관세폭탄 현실화 시 사실상 가동 중단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르면 내달 중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한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중순부터 울산공장에서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팰리세이드의 미국 수출을 위한 양산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판매는 3분기로 예정돼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노동조합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현재 국내에서도 팰리세이드의 수요가 이어지면서 물량 증산이 불가피했지만, 노조 측은 이를 거부해오다 결국 사측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관세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차의 이런 노력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대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지에서 가격경쟁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이제 막 실적 반등세를 나타내던 현대차로선 '대형 악재'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의 미국시장 판매 부진과 수익성 감소를 완화해줄 핵심 차종으로 꼽힌다.
아우 기아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기아차는 지난 2017년 광주공장에서 생산한 전체 차량 49만2233대 가운데 미국으로 수출한 차량의 비중이 37.37%(18만3959대)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 10대 중 4대가 미국으로 팔려나간 셈이다. 쏘울과 스포티지가 각각 10만9625대, 7만4334대의 순으로 많았다.올해 역시 호조세를 띠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판매량은 2만5553대로, 작년 같은 기간(2만1418대)보다 19.31%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종 중 가장 높은 판매를 기록한 것이다. 미국이 쏘울의 주 판매 시장으로 수요가 지속했고, 최근 투입한 신형 쏘울이 인기를 끈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아차 광주공장 '효자' 차종으로 꼽히는 쏘울의 경우 2017년 당시 생산한 10대 중 7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현대·기아차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가 흔들릴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이는 곧 국내 자동차 산업 붕괴를 의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현대·기아차 국내공장 인건비를 고려할 때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사실상 가동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정책적으로 풀어야 하는 사안인 만큼 현대·기아차로서는 지금으로서 지켜보는 것 외에 딱히 할 수 있는 뾰족한 수도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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