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업체와 설계자산 공유
미세공정 경쟁력 한단계 강화
R&D·제조업 1만5000명 창출
'성장·상생·일자리' 선순환 구축
미세공정 경쟁력 한단계 강화
R&D·제조업 1만5000명 창출
'성장·상생·일자리' 선순환 구축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133조 투자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오는 2030년까지 비 메모리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큰 그림'이 24일 나왔다. 연 평균 1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로 기술개발, 협력사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에 이르는 '반도체 코리아'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시장이 더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사물이 연결되고 또 사용자 맞춤형 지능을 갖추면서 반도체 수요는 무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발표는 이미 올 초부터 예견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경기 화성캠퍼스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과 만나 "2030년에는 메모리 1위는 물론 비메모리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청와대와 정부가 비메모리 반도체·미래형 자동차·바이오 등 3대 분야를 '중점육성 산업'으로 정한 만큼, 업계에서는 앞으로 10년 뒤 '메모리 코리아'가 진정한 '반도체 코리아'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관 주도로 시도했지만 흐지부지 됐던 비메모리 육성 전략이 이번엔 이 부회장의 통 큰 투자로 본격적인 탄력을 받게 될 지 주목된다.
◇韓 비메모리 경쟁력 4% 불과…하지만 시장 가능성은 충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부문의 한국 기업 점유율은 약 60%에 달하고 있으나,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는 3~4% 수준에 그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기업의 시스템반도체 시장 경쟁력이 인텔이나 퀄컴 등과 비교해 열악한 것이 현실이지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개막으로 앞으로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기준 3109억 달러(약 355조원)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앞으로 5년간 연평균 4.8%씩 성장해 2022년 시장 규모가 3747억달러(약 42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같은 기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0.8%)을 크게 웃돈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최강자인 삼성전자 역시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스마트폰의 두뇌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한때 5%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하지만 세계 1위인 스마트폰 경쟁력을 앞세워 중국 등 외부 수주를 늘렸고, 14%대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세계 최고 미세공정 경쟁력으로 파운드리 강화…팹리스 키워야=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메모리반도체 사업으로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공정을 바탕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서도 서서히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조직 개편을 하고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파운드리팀을 떼어내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했고, 그 결과 관련 시장 점유율을 2017년 말 6.72%에서 지난 1분기 말 기준 19.1%까지 끌어올렸다.
파운드리의 경우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등의 설계를 얼마나 정확하고 정교하게 구현하는지가 중요한 경쟁력이다. 이 때문에 미세공정의 경쟁력이 다른 비메모리반도체 영역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이는 삼성전자가 '잘 하는' 영역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 팹리스 규모는 세계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 500대 팹리스 중 한국 기업은 LG그룹 계열의 실리콘웍스가 유일하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팹리스의 성장이 필수다.
이날 삼성전자가 내놓은 계획은 이 같은 여건을 자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하겠다'는 메시지다. 2030년까지 투자하겠다는 133조원의 대부분이 국내 연구·개발(R&D·73조원)과 생산 인프라 조성(60조원)에 집중해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비메모리 순환 생태계 구축…"삼성전자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 삼성전자는 아울러 R&D와 제조인력으로 1만5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도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장이 무한 확장하는 상황에서 맞춤형 시스템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위 혁신적인 '맨파워'가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강국으로 꼽히는 이유도 바로 '맨파워'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또 동반성장을 위해 보유한 다수의 설계자산(IP)을 국내 팹리스와 공유하기로 했다. 메모리 반도체로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공정 경쟁력을 시스템반도체 협력업체들과 공유해 전반적인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올 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를 우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발표로 이 부회장의 말을 실천한 것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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