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기고] `흙수저 아이돌` 방탄소년단 성공 비결](http://contents.dt.co.kr/images/201904/2019042302102369061001[1].jpg "[기고] `흙수저 아이돌` 방탄소년단 성공 비결")
반면 해외 수용자들이 한류 상품에게 기대하는 것은 글로벌한 보편성이 아니라 오히려 독특한 지역색이라는 시각도 있다. 가령 '일반적인 영국 팝음악에 질린 이들이여, K팝을 들어보라'라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의 K팝 관련 기사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보편적인 글로벌 팝음악도, 친숙한 자국 음악도 아닌, 한국 음악을 굳이 찾는 해외 수용자들은 이국적이고 색다른 음악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면서도 거기에 자신들의 개성을 더했다는 특징이 있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한 보편성은 우선 그들의 음악에서 찾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힙합과 전자음악을 중심으로 한 음악을 직접 만들고 부를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팀이라는 점은 글로벌 음악 수용자들이 기대하는 보편성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팬들과의 직접 소통' 역시 글로벌 보편성과 연관돼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에 뮤직비디오나 공연 등 음악 관련 영상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소소한 일상들까지도 자주 올리며 끊임없이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해 오고있다.
이처럼 글로벌한 보편성을 추구하면서도 방탄소년단은 한국 그룹으로서의 정체성, 즉 '한국성'(韓國性, Korean-ness)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이것은 멤버 가운데 외국인은 커녕 교포 출신 멤버 조차 없는 인적구성에서부터 단적으로 드러난다. 또 이들은 해외 수용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해외 작곡가로부터 곡을 받거나 영어로 된 가사를 붙이는 전략을 의도적으로 배제해왔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10대의 학교생활, 청년 세대의 좌절과 희망, 세월호 사건 등 한국의 현실을 담은 한국어 가사 노래를 꾸준히 발매해왔다. 이와 동시에 뮤직비디오와 무대 퍼포먼스를 통해 한국적인, 그래서 해외 팬들에겐 이국적으로 느껴질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민요의 추임새가 가사에 들어가고 뮤직비디오 속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이미지들이 묘사되는 2018년 발매 싱글 'Idol'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을수록 오히려 이들의 한국성은 더욱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2018년 9월 방탄소년단이 행한 유엔 연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제는 그들 스스로가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으로서의 책임감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
거기에 자신들이 구축한 '진정성'(sincerity) 서사를 통해 다른 가수들과 자신들을 더욱 차별화할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중소형 기획사 소속의 '흙수저 아이돌'이다. 이렇게 밑바닥부터 출발해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팬 층을 다져온 끝에 세계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대형 기획사의 든든한 지원이 아닌 스스로의 뛰어난 음악 실력과 소통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었다.
방탄소년단은 K팝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발현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겨냥함으로써 소형 기획사 소속이라는 한계를 딛고 글로벌 팝스타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이들의 음악적인 실력이 뒷받침되었음은 물론, 일상생활의 소소한 부분과 성실함 및 사회 문제에 대한 의식있는 태도 등 음악 외적인 자아까지 적극적으로 콘텐츠화하여 진정성 있게 팬들에게 제공한 것이 매우 주요했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적 활동 방식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 고유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진정성마저도 K팝 산업 구조, 즉 한국을 상징하는 '케이'(K)에 여전히 묶여있을 수밖에 없다는 부분은 글로벌을 지향하는 로컬 음악인 K팝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원문=동아시아재단(www.keaf.org) 정책논쟁 제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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