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미래는 `廣場型 인재`가 이끈다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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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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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미래는 `廣場型 인재`가 이끈다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새해 벽두부터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였다.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라는 뻔한 클리셰가 아닌, 상류층의 명암과 '입시 코디'라는 신선한 소재를 활용한 이 드라마는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국인의 DNA를 건드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자 주된 배경이 되는 '캐슬'이라는 단어는 사실 매우 폐쇄적인 단어라고 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城)은 외적으로부터 침입에 대비하는 군사적 요새이자, 그 지방의 통치자가 거주하는 곳으로 권위를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실제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사는 '현대판 캐슬' 역시 사회의 최상류층만이 살 수 있고, 외부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곳으로, 다른 누군가가 쉽게 침범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를 나타낸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이러한 자신들만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들을 의대에 진학시키려 한다. 또한 외부인이 캐슬에 들어오거나 그 안의 룰을 깨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며 캐슬의 안정성과 유지에 집착한다.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처럼, 우리 사회도 각자의 '캐슬'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설문자료에 의하면 직장인이 희망하는 '자녀의 직업 1위'로 공무원이 꼽혔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성인남녀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역시 공무원으로 조사되었다. 이들은 희망 직업 선택의 최우선 조건으로 '안정성'을 꼽았다. 자신의 자녀가 현재의 삶의 수준을 유지하기 바라는 마음과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러한 설문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희망 직업의 경우 인터넷 방송진행자, 운동선수, 요리사, 프로게이머 등 다양한 직업들이 조사되었지만, 3위 이내에 랭크된 부동의 선호직업은 교사, 의사였다. 결국, 부모와 자식 모두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정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공무원, 교사, 의사와 같은 '캐슬 추구형' 직업을 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캐슬이 그들만의 세계를 나타낸다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고 출입에 제한이 없는 개방적인 공간은 '광장'이다. 광장은 많은 사람이 모여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고, 출입에 제한이 없는 개방적 공간이다. 광장에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사람 사이에 수평적 관계가 형성되어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러다 보니 사실 '광장'은 변화와 격동을 상징하는 장소이고, 안정이나 보호와는 거리가 먼 장소이다. 한때, 벤처 사업가와 과학자는 부모와 자식 모두 선호하는 직업군이었다. 하지만 앞의 설문조사에서 이러한 직업들은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사업가가 되는 것, 과학자가 되는 것의 공통점은 아마 도전과 그에 따른 불안정성일 것이다. 광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적어지면서 '광장추구형' 직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줄어들게 되었다.

15세기부터 시작되어 18세기까지 이어진 대항해시대, 새로운 세계를 찾아 경쟁적으로 항해에 나섰던 유럽인들의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아메리카 신대륙과 호주를 개척하고, 나아가 19세기 세계를 지배하는 밑바탕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무에서 유를 일궈내었던 시기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역동적인 국가를 추구하던 때였다. 60-70년대 국가 경제발전에 온 국민이 총력을 기울일 당시, 우리 선배들은 자신의 삶을 던져가며 독일, 중동으로 향했다. 부존자원이나 기술력, 자본이 전무하던 시절에 사업을 시작하고 이끌어나가는 도전을 시도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캐슬을 추구하는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유로운 광장에서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 것일까? 우리만의 캐슬에 갇혀 그 안에 우리의 인재들을 가두어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한때, 대학입시에서 물리학과 전자공학과 등에 최상위권 우수 학생이 몰리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인재들은 오늘날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기술경쟁력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인공들이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엘런 머스크, 스티브 잡스와 같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혁신적인 사고를 갖춘 사업가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결국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현재를 유지하고 머무른다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돌이켜 보면 과거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어느덧 우리의 생활에 스며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0년 전 호기심으로 조심스럽게 만져 보았던 스마트폰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많이 변화하였는지 생각해 보면 우리는 지금은 무모해 보이고, 위험해 보이는 도전적인 분야에 누구보다 먼저 뛰어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우리는 제자리를 지키는 인재가 아닌, 세상을 바꿔가는 도전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캐슬을 버리고 광장으로 나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과 잠재력을 가진 분야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대열에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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