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萬折必東](http://contents.dt.co.kr/images/201902/2019022202102269061001[1].jpg "[古典여담] 萬折必東")
일만 만, 꺾을 절, 반드시 필, 동녁 동. 강물이 일만 번을 꺾여 굽이쳐 흐르더라도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순자(荀子)'의 '유좌(宥坐)' 편에 실린 공자(孔子)의 말에서 비롯된 고사성어다. 자공(子貢)이 황허(黃河)를 바라보고 있는 공자에게 "군자가 물을 보고 느껴야 할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공자는 "일만 번을 굽이쳐 흘러도 반드시 동쪽으로 향한다(其萬折也必東)"라며 "이는 의지로다(似志)"라고 답했다. 중국의 지형이 서고동저(西高東低)인 까닭에 황허의 굴곡이 아무리 심하더라도 강물은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간다. 공자는 이를 사물의 필연적 이치로 비유했다. 모든 사물은 어떤 곡절이 있어도 그 나름의 발전 규칙에 따라 흘러간다는 것이다.
원래의 뜻은 이러했다. 이후 신하의 임금에 대한 충성, 꺾을 수 없는 군자의 의지나 절개라는 의미로 변용됐다. 조선 시대에는 '중국 황제에 대한 변함없는 충절', 즉 사대주의를 일컫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충북 괴산군 화양구곡에 있는 만동묘(萬東廟)다. '만절필동'의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를 따서 명명된 만동묘는 임진왜란 때 원군을 보내온 명나라 신종과 마지막 황제인 의종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다. 오랑캐에게 만 번에 걸친 굴욕을 겪더라도 우리는 명나라를 섬기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곳이다.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 '만절필동'이 적힌 친필 족자를 선물했다. 문 의장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결국엔 북핵 문제가 해결되어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구축되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작된 한반도 평화의 큰 흐름이 이번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만절필동처럼 일만 번을 꺾여도 한반도 평화가 반드시 실현되기를 기원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