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넥슨 창업주 김정주의 `사회적 책무`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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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섭 칼럼] 넥슨 창업주 김정주의 `사회적 책무`
최경섭 ICT과학부장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의 회사 매각 소식으로 정초부터 게임업계가 '패닉'상태다. 넥슨 구성원은 물론 게임업계 사람들 마다 김 대표가 왜 회사를 매각하게 됐는지, 또 누구한테 매각할 것인지, 향후 게임시장은 또 어떻게 재편될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을 토해내고 있다. 게임업계가 온통 김정주 대표와 매물로 나온 넥슨 얘기로 어수선한데, 정작 본인은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는 짤막한 입장만 밝힌 채 잠수를 탔다.

문득, 넥슨 창업초기, 김정주 대표를 처음 만난 때가 생각났다. 국내 PC게임의 원조로 통하는 '바람의 나라'로 큰 인기를 모으던 90년대 후반,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처음 그를 마주했다. 사무실은 이제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처럼 작고 초라했고, 김 대표도 성공반열에 오른 기업체 사장 보다는 그냥 게임 욕심 많은 개발자, 단발 머리에 아직 대학생 티를 벗지 못한 앳된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넥슨은 20여년이 지난 지금,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올라섰다. 계열사를 포함해 5000여명의 종사자들이 한해 거둬 들이는 매출액은 2조5600억원(2018년 추정치), 영업이익만 해도 1조원이 넘는다.

김정주와 넥슨은 단순히 돈 잘버는 사업가, 게임업계 1위,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게임사업에 도전하는 수많은 개발자들이 김정주를 멘토 삼아 꿈을 키우고 있고, 또 많은 게임 스타트업들이 넥슨의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 방정식'으로 손꼽고 있다. 길지 않은 한국 게임 역사에서, 김정주와 넥슨은 그렇게 '레전드'(Legend)가 됐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높은 규제장벽과 척박한 기업환경 속에 만들어 낸 성과물이란 점에서 더더욱 의미가 크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다. 어찌보면, 넥슨을 글로벌 게임기업의 반열에 올려 놓고,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지금이야 말로 김 대표 스스로 가장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은퇴를 둘러싼 이런저런 부정적인 전망들이 쏟아지면서, 게임업계 레전드, 김정주에 대한 생각도 혼란스러워 졌다. 바라건대, 김 대표의 은퇴도 명예롭고 또 당당했으면 한다. 특히 그가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공인'으로서 그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마지막까지 성실히 수행하기를 바란다.우선, 김 대표의 은퇴가 넥슨은 물론 한국 게임산업을 한순간에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내 몰아서는 안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칫 M&A 과정에서 그동안 힘들게 축적해 온 '게임산업의 생태계'가 한순간에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 중국 자본에 국내 게임산업이 함몰되는 것이다. 이미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게임업계와 투기자본이 인수 대상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넥슨이 중국기업화 될 경우, 넥슨의 경쟁력은 물론 국내 게임업계가 힘들게 축적해 온 양질의 게임 개발인력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게임IP(지적재산권)가 모두 중국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넥슨이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경우, 5000여명에 달하는 넥슨 구성원과 1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은 급격한 구조조정과 해체의 길로 갈 것이다.

혹자는 얘기한다. 김정주 대표가 넥슨을 누구에게 팔 건, 그리고 이후 넥슨과 국내 게임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3자가 '왈가왈부'할 거리가 안된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김정주 대표는 넥슨의 창업주로서, 또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공인이다. 대한민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공인으로, 업계가 요구하는 기대와 사회적 책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 주요 인사에 더 많은 도덕적 가치와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더 큰 가치를 갖는다. 척박한 시장 환경에서 '슈퍼 리치'를 일궈낸 김정주 대표의 마지막 모습도, 신뢰와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아름다운 퇴장'으로 기억 되기를 바란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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