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갭 투자
담보대출 막히고 고금리 사채만
취약계층·중산층 동시붕괴 우려
공시지가 현실화
강남 다가구주택 1년새 2.8배↑
세입자 전세보증금 요구에 난감
최저임금 인상
알바 줄이고 부인과 2교대 근무
서너곳 임시직 찾아서 일할 판
신년특집
급증하는 가계부채 - 2019년을 맞는 '3人 3色'
#사례1.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입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50)씨는 2년 전 유행처럼 번진 '갭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씨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8000만원과 세입자의 전세금 3억2000만원으로 강북지역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59㎡)를 4억원에 구매했다.
하지만 최근 매매가격이 6000만원 떨어져 3억4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여윳돈을 더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전세가 떨어지면서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독촉이 시작된 상황이다. 이씨는 "금리인상 뿐만 아니라 세입자가 이사를 가야 한다며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해 난감한 상황"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2019년 새해 벽두부터 부동산 하락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소위 '갭 투자'를 한 이들은 늘어가는 은행이자와 전세금 반환독촉,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해결책은 없다. 은행과 2금융권의 부동산 담보 대출은 일찌감치 막혔고, 고금리 사채만 남은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2018년 말부터 기준금리 자체가 오르면서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막대한 '가계부채' 시한 폭탄이 2019년 본격적인 초읽기를 시작한 상황이다. 당장 이씨를 비롯한 갭 투자자들이 시한폭탄의 첫 희생자가 될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씨는 "애써 모은 돈이 부동산에 묶이면서 고금리 사채라도 끌어 써야 할 판"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우리나라 가계신용이 1514조4000억원에 달한다. 판매신용대출 금액 86조7000억원을 제외한 1427조7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다. 올해 우리 대출금리는 5%가 넘어설 전망이다.
이자도 이자지만 부동산 가격하락과 전세가 하락에 따른 '역전세 대란' 속에 취약계층과 중산층이 동시에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사례 2
불과 2년 전 만해도 부동산 가격은 오르기만 하고 금리는 연일 바닥을 쳤다. 2019년 이 두 현상은 완전히 역전됐다.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기만 한다. 여기에 더 무서운 것이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실시한 공시지가 현실화다.
당장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최모(78)씨는 이 문제로 눈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최모(78)씨는 최근 집으로 날아든 '공시 예정 가격 통지서'를 뜯어보고는 눈을 의심했다. 우편물에는 최씨가 소유한 강남구 3층짜리 다가구주택(대지 56평) 공시가격이 올해 1월 기준 14억3000만원에서 단 1년 만에 40억원으로 약 2.8배가 인상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에 따라 주요 지역의 토지 공시지가가 두 배 이상 뛰고 있는 상황이다. 최씨는 "세 줘서 받는 돈 이외에는 별다른 수입도 없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세입자마저 전세 보증금을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난감하기만 하다. 최 씨는 "전세가격이 떨어지면서 더 싼 집으로 갈아타려는 세입자가 이해는 되지만, 당장 보증금을 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씨는 스스로를 우리 산업화시대의 산 증인이라 토로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는 자부심으로 직장을 은퇴했고, 가진 부동산을 통해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생활해 왔다. 이제 자칫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처지가 된 것이다. 최씨는 "별다른 수입도 없는데 세금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한탄했다.
#사례 3
자영업자 정모(65)씨는 2년 전 퇴직금을 몽땅 털고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서울 소재 한 대학 근처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을 앞두고 정씨는 현 정부의 정책 탓에 자신도 모르게 절망의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정씨는 지난 30일 "대출 이자도 갚기 빠듯한데, 최저시급 또 오른다니…"라며 한숨부터 쉬었다. 정씨는 전체 매출의 30% 정도가 직원들의 월급으로 지출되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최근 알바생 한 명을 줄인 상황이다.
정씨는 "부인과 함께 2교대로 근무하기로 했다"며 "주휴 수당까지 줘야하는데 정부는 달라지는 것 없다고만 한다"며 정부를 성토했다.
애써 대출까지 받아 알바생을 고용해 알바생보다도 수익이 못하다면 차라리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서너곳의 임시직 일을 찾아 일하는 게 낫겠다는 게 정씨의 불만이었다. 정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한계 상황에서 열심히 갚고 있는데 최저임금까지 올린다니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과 자영업 등의 문제가 맞물려 있다"면서 "동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