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증가 속도, 소득 앞질러
'부동산 광풍'이 가속 부추겨
내년 금리 인상기 접어들며
한계차주 이자부담 확대 우려
'부동산 광풍'이 가속 부추겨
내년 금리 인상기 접어들며
한계차주 이자부담 확대 우려
'신용대란' 비상등 켜졌다
2019년 본격적인 금리 상승의 해를 앞두고 우리 국민들의 부채 증가 속도가 3년 연속 소득 증가 속도를 앞질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형성의 70~80%가 부동산에 기대고 있는 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추가 레버리지를 부추겨 빚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리 인상기가 맞물리면서 빚 상환에서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확대될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년 2만 가구를 표본으로 이뤄지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부채증가율은 3년 연속 소득증가율을 웃돌았다. 2015년 조사에서 부채가 1년 전보다 2.2%, 소득이 2.3% 늘었던 것이 2016년 조사에서 부채가 6.4%, 소득은 2.4%로 역전했다.
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부채증가율은 4.5%로 소득증가율 2.6%보다 1.9%포인트 높았다. 올해 역시 부채증가율은 6.1%, 소득증가율은 4.1%다.
3년 동안 가구당 평균 부채는 6181만원에서 7531만원으로 1350만원(21.8%) 증가하는 동안 소득은 4767만원에서 5705만원으로 938만원(19.7%) 늘었다.
벌어들인 소득만으로 부채를 갚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지지만 자산가치 증가가 이를 체감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자산증가율은 2015년 2.1%에서 2016년(4.3%)과 2017년(4.2%) 2배 늘었다. 올해는 7.5%까지 급등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가구당 자산은 4억1573만원으로 이 중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3억1061만원(74.7%)으로 가장 많다. 나머지 1억512만원은 금융자산으로 25.3%를 차지한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을 기대하고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부채를 유지하는 것이다. 올해 조사에서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67.3%는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9.8%는 '원금 상환 또는 이자 지급 기일을 경과한 적이 있다'고 연체 사실을 털어놨다.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대출 금리가 오르게 되면 연체율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2년간 집값이 30% 하락, 금리가 3%포인트 상승할 경우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주택가격 하락 때 보험사와 증권사의 시장손익은 각각 -49.7%, -111.4%로 은행, 상호금융 등 다른 금융기관보다 높게 나타났다.
최근 들어 집값은 하락 추세에 놓였고 금리는 미국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고용은 개선되지 못하면서 소득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1월 실업률은 3.2%를 기록하면서 11월 기준으로 2009년(3.3%)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다.
정부도 연체 대란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금융 지원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연체 전이나 연체 발생 30일 안에 신용회복위원회에 상환을 1년 미루고 이자를 깎을 수 있도록 신청하는 '상시 채무조정지원 제도'를 신설했다.
이외에 금융위는 청년층이 채무조정으로 취업활동에 불이익을 받아 저신용 굴레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추가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재기 의지가 있는데도 채무 조정 이력이 공유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채용 단계에서 불필요한 신용정보 활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조은애기자 euna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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