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 강제인하에
취약차주 원금감면 반시장적
저신용 다중채무 저소득층은
금리상승기 직격탄 초래
취약차주 원금감면 반시장적
저신용 다중채무 저소득층은
금리상승기 직격탄 초래
기업근간 허무는 反시장정책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수수료를 강제로 인하한 데 이어 취약차주에 대한 미 상각채권의 원금감면까지 고려하는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반시장적 조치"라며 "시장의 근본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물론 소득의 35배에 달하는 빚을 진 것으로 알려진 최약의 취약계층은 누가 봐도 부실에 빠질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치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국내 신용관리 시스템은 지난 2003년 사상 최악의 '카드대란' 직후 시장 자율적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에 "시장이 근간이 붕괴되면 그 여파는 취약계층의 부실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실태 = 당장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1년만에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당장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 결제액과 외상판매 같은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9월 말 기준 1427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변동금리로 나간 대출 비중은 70% 수준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분 0.25%포인트만큼 대출금리에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연 2조5000억 원 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취약차주는 금리 상승기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올해 9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분위 30% 또는 신용 7~10등급인 취약차주의 대출규모는 올해 2분기 기준 85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 시장정책은 오히려 '독' = 문제는 이 같은 가계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 상황이 취약차주에 대한 '퍼주기식' 선심 정책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모럴해저드'를 양산해 가계 부실 우려를 보다 빠르게 현실화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취약계층 자체에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 그래도 고금리로 내몰리고 있는 취약계층의 은행 이용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월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요구자료에 따르면 비은행 업권의 전체 가계대출 중 취약차주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부업(64.9%), 저축은행(29.2%) 여전사(15.2%)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잇따른 선심성 반 시장정책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 관련해 실정을 저지르고 만회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 없이 카드수수료 인하, 취약차주 대출원금 감면 등 정책을 내놓는 듯 보인다"며 "금융비용을 따져봤을 때 이 정책들은 곧 거래, 소비, 투자를 둔화키는 후진국형 경제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병서·주현지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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