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에서 존재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우주 암흑물질을 실험을 통해 밝혀낼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은 코사인-100 공동연구협력단이 암흑물질을 검출하는 실험설비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우주의 26.8%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물질은 지금까지 그 존재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암흑물질 발견이 곧 노벨상 수상으로 여겨질 정도로 학계의 관심이 높은 연구 주제로 꼽힌다.
그동안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알려진 '웜프 입자' 흔적을 발견한 것은 이탈리아 그랑사소 입자물리연구소의 다마(DAMA) 실험이 유일했다. 1998년 첫 실험 이후 20년 동안 다른 연구팀이 이를 검증하지 못해 다마 연구팀이 관측한 신호가 정말 암흑물질인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 왔다.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코사인 실험을 위해 국제공동연구진으로 구성된 코사인-100 공동연구단은 강원도 양양에 지하 700m 깊이의 실험실에서 2016년부터 다마 팀의 실험을 검증하기 위한 코사인-100실험을 시작했다. 이 실험은 고순도의 결정에 암흑물질이 부딪혔을 때 내는 빛을 토대로 암흑물질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고순도 결정 제작기술과 높은 차폐 성능 구현이 어려워 세계 유수의 연구팀이 다마 실험을 완벽히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 연구팀은 다마 팀과 동일한 결정을 이용하는 검출기를 자체 개발했고, 안정적인 검출환경도 조성했다. 고체 차폐체에 액체 섬광체를 추가한 이중 차폐 설계를 도입해 외부의 잡신호를 줄이면서 결정 내부에서 만들어진 방사능도 줄였다.
아울러 기계학습을 접목해 인공지능으로 잡신호를 골라낼 수 있는 기술도 추가했다.
연구팀은 코사인-100 초기 실험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다마 팀이 발견한 신호가 암흑물질에 기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현수 부단장은 "다마 실험을 완벽히 재현할 검출기를 자체 개발해 독립적 실험을 시작했다는 데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앞으로 추가 데이터를 확보해 5년 내 다마 팀의 주장을 완벽히 검증 또는 반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코사인-100 연구단이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 물질인 웜프 입자를 검출하기 위해 독자 개발한 검출기의 모식도로, 실제 암흑물질이 존재하는 지를 실험하는 데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