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게 진짜 위기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2602102369640001[1].jpg "[시론]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게 진짜 위기다")
그동안 정부는 나쁜 경제성적표를 보고서도 경제체질을 바꾸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痛)이라며 "연말까지 기다려 달라" "내년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기다린다고 좋아질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바꿔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체는 그런 기회였다. 하지만 새로 들어선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도 뜻을 같이 했다. 정책이 옳았다면 사람을 바꾼 것은 그들의 역량부족 탓인가. 정책을 그대로 두고 사람만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람과 함께 정책을 바꿨어야 했다. 내년에는 다시 최저임금이 10.9% 오른다. 성장률은 2%를 겨우 넘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이런 데도 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게 진짜 위기다.
민노총은 대검찰청 불법 점거에 이어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며 대(對)정부 투쟁을 선언했고 21일에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강행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주52시간제를 성급하게 시행하면서 특정시기에 일감이 몰리는 기업이나 특수 업종의 사정을 살피지 않아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덜기 위한 보완조치다. 민노총은 경제 무너지는 소리를 외면하고 거리에 나섰고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잘하는 일이라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노동개혁의 필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귀족노조가 아닌 전체 근로자를 위하고 경제를 살리는 노동개혁은 친(親)노동 문재인 정부에게 맡겨진 역사적 책무다. 정부는 친노동정책을 펴면서 제대로 된 노동개혁을 시도하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한국경제 위기탈출구는 있다. 우선 기업의 기(氣)부터 살려라. 일자리 만드는 기업을 옥죄면서 단기·초단기 알바 일자리 만들어 취업자숫자 늘이는 건 일자리대책이 아니다. 반(反)기업정서가 만연하고 경영권이 흔들리는 상황인데 기업에 투자와 고용을 늘이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통과도 불투명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유예할 용단은 없는가.
경제를 살린다면서 경쟁력과 생산성, 기술개발 같은 단어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脫)원전 등 정부의 어느 정책을 보아도 경쟁력이나 생산성 같은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사회주의 국가 아니고서야 경쟁력 없이 버틸 수 있는 경제와 기업은 없다.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을 뛰게 해야 한다. 이런 걸 마다하고 경제 살리겠다는 건 심장에 탈이 났는데 다리 긁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당장의 탄력근로제 기간확대를 관철시켜라. '불법에 엄정대처'라는 말만 반복하지 말라. 약효가 떨어진 정책을 붙들고 위기에 눈감고 있다가 경제 둑이 무너지면 그 때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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