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 우려에 다급함
20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는 유가를 낮게 유지해왔고 사우디도 내가 유가를 낮게 유지하도록 도움을 줘왔다"며 "만약 우리가 사우디와 관계를 단절한다면 기름값이 지붕을 뚫고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유가가 좋은 상태"라면서 "나는 세계 경제를 파괴하지 않을 것이며 사우디와의 관계에서 바보처럼 굴어 미국 경제를 해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변함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왕세자는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어떤 경우든 간에 우리는 사우디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며 미국은 사우디의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유가 안정을 위해 사우디 왕실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옹호하는 것은 유가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가 오를 때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향해 "당장 가격을 낮춰라"라고 경고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미국이 저유가 확보를 위해 얼마나 사우디에 의존하는지를 찾아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현재 사우디와 일부 산유국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산유량을 일일 평균 100만∼140만 배럴씩 감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유가는 공급을 기반으로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다음 달 6일 개최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약세를 보이던 유가는 낙폭을 더욱 확대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6.6%(3.77달러) 급락한 53.4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6.64%(4.45 달러) 내린 배럴당 62.53 달러를 기록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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