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삼성상회서 글로벌 삼성
위기의 순간 과감한 투자·도전
"진정한 기업가 정신은 사업보국"
대내외 악재속 재계 자성 목소리
위기의 순간 과감한 투자·도전
"진정한 기업가 정신은 사업보국"
대내외 악재속 재계 자성 목소리
故 이병철 회장 31주기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사업보국(事業報國)·인재제일(人材第一)·합리추구(合理追求)…시장과 고객을 보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기업가.' 3만원의 자본금으로 자산 400조원의 세계적인 기업을 만든 고(故) 호암(湖巖)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생애를 요악한 문장이다.
보호무역과 조선·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일자리 감소 등 장기적인 저성장 경제상황 속에서 재계 안팎에서 호암의 기업가 정신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이 회장의 3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범(凡) 삼성그룹 일가는 지난주부터 이날까지 선영을 찾아와 삼성그룹을 세계 일류 회사로 끌어올린 그의 생전을 기억했다.
1938년 창업할 당시 모태인 삼성상회는 창업 당시 자본금이 3만원에 불과했다. 80년이 흐른 뒤 삼성 계열사 자산은 총 399조 5000억원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모했다.
이 같은 기적을 만들어낸 호암의 기업가 정신을 요약하면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人材第一)' '합리추구(合理追求)', 즉 사업을 일구고,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람을 일군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와 도전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것이다.
삼성의 사업은 처음 먹거리에서 시작해 의류, 제조업 등의 순으로 점차 발전해 왔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고객이 원하고 시장이 형성된 것부터 시작해 남들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호암은 28세 때인 1938년 대구 인교동에서 삼성상회를 열었다. 개업 당시 삼성상회는 청과물, 건어물 등 대구 일대에서 생산되는 청과물과 건어물 등을 만주로 수출하는 일을 했다. 호암은 "물자가 부족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 필요한 것은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무역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후 출범 10년 만인 1948년 전문 무역회사인 삼성물산으로 성장했다. 생필품을 수입하던 사업은 설탕과 옷을 직접 만드는 제일제당, 제일모직 설립으로 이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호암의 성공신화의 이면에는 다른 창업 기업가처럼 '화려한 명장면'이 없다"며 "이는 거꾸로 말하면 호암의 과감한 도전에는 치밀한 계산과 정밀함이 숨어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호암은 빈곤에 허덕이던 조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립경제였고, 그 출발은 제조업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무역으로 시작한 삼성의 사업은 중공업, 전자, 반도체 등으로 진화했다. 특히 반도체는 지금 4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의 시작은 호암의 아들인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한국 반도체 지분을 인수하면서였다. 이를 지켜보던 호암은 1983년 2월 8일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사업의 세계적 선진화 추세에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뒤떨어질 수 없다"는 이른바 도쿄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사업 육성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는 기적에 가까웠다. 일본이 6년 만에 성공한 64K D램을 단 10개월 만에 개발했고, 1988년 3조282억원 매출과 17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앞세워 올해 매출 250조원, 영업이익 65조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호암에게서 배워야 할 기업가 정신은 모험가적인 창조적 도전정신 뿐만이 아니다"며 "진정한 기업가 정신은 회사와 임직원이 같이 커 나가면서 치밀한 계산과 판단 하에 신사업에 진출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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