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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가하락, 美 통화정책 유턴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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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경제칼럼니스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시론] 유가하락, 美 통화정책 유턴시키나
김영익 경제칼럼니스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지난 10월 이후 주가와 함께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성장의 둔화를 시사하며,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서부텍사스유(WTI)가 배럴당 평균 67달러로 지난해 평균(51달러)보다 31%나 상승했다. 우리가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지난해 53달러에서 올해 70달러로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10월 초 배럴당 76달러까지 올라갔던 WTI가 최근에는 60달러까지 20% 이상 떨어졌다. 이런 유가 하락이 경기둔화를 시사하는가?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2009년 세계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그 이후 각국 정책당국의 과감한 재정 및 통화정책 영향으로 세계경제는 회복되었다. 2010년에서 2017년까지 세계경제성장률이 연평균 3.9%였는데, 이는 금융위기 전 10년(1998~2007년)의 4.0%에 근접한 수치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국 경제성장률이 먼저 둔화되고 있다. 2009년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도 중국 경제는 9% 이상 성장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었다.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부채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늘었다. 특히 기업 부채는 올해 1분기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64%로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요 부족에 따라 부채가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고 돈을 빌려준 은행도 부실을 털어내야 한다. 지난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6.5%로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 경제성장도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로 0.6%에 그쳐 2014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게다가 일본 경제는 지난 1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경제도 지난 3분기에 전년동기비 2.0% 성장에 그쳤다. 미국 경제는 아직까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2분기 4.2%, 3분기 3.5% 성장했고, 올해 연간 전체 성장률도 3%를 다소 웃돌면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마저 2019년 이후로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소비세와 법인세 인하로 경기를 부양했는데, 특히 35%에서 21%로 법인세 인하는 투자 증가를 통해 경기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갈수록 감세효과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3분기 소비가 4%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을 주도했지만, 설비투자는 0.8% 증가한데 그쳤고 건설투자는 올해 들어 계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3분기에는 4%나 줄었다. 수출도 3분기에는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앞으로도 소비가 계속 증가해야 미국 경제가 확장국면을 이어갈 수 있는데, 소비 환경은 그렇게 녹록지는 않다. 2018년 2분기 현재 미국 가계 부채가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2%로 2007년 말 136%에 비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전의 장기 평균(1980년~2006년)인 88%보다는 훨씬 높다. 여기다가 자산 가격도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중순 이후 다우건설업종주가가 40% 이상 하락했는데, 이는 다가올 건설경기의 침체를 예고해주고 있다. 1월과 10월에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주가 조정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세계 경제여건을 반영하여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유가는 시차를 두고 물가에 영향을 준다. 미국은 거의 완전고용 수준에 이른 고용과 더불어 2%를 웃돌고 있는 물가상승률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유가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상관계수가 0.74로 매우 높다. 세계 경기 둔화 예상에 따른 유가 하락이 물가를 안정시키다면, 내년 어느 시점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종료될 것이다. 2019년 하반기에는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 쪽으로 바꿀 수도 있다. 유가는 정책 당국자나 기업 및 개인(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준만큼 유가 동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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