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의 사퇴 압박에 따른 퇴진이 정치권에서도 쟁점화 될 전망이다.
전문성을 존중해야 하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조차 정부 정책에 적극적이지 않고, 정부의 입장과 다르면 언제든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확산될 조짐이다.
▶본지 11월 15일자 1면 참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을 지낸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사진)은 15일 원내정책회의에서 하 원장이 정부의 압박으로 중도 하차했다며 정부의 과학기술계 인사정책을 비판했다.
과방위 간사인 신 의원은 이날 하 원장의 돌연 사퇴와 관련 "기관장이 임기 중에 잘못된 일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하 원장의 사임 의사 표명이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하 원장의 사임 이전부터 과학기술계에서는 전 정권 인사이고, 탈원전 정책에 적극적이지 못한 하 원장이 정부로부터 자진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하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 의원은 정치적 입장과 거리가 먼 과학기술계에서 이같은 비상식적 인사가 이뤄지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표시했다.
원자력연 노조도 하 원장의 사임 소식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명확한 사유나 의견 표명 없이 원장의 사퇴를 집요하게 압박해 온 정부의 비상식적 행위를 비난한 바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하 원장의 중도 사퇴 소식을 접하고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이번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한탄스러울 정도"라면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을 정권 입맛에 따라 그만두라고 압박하는 것은 국민과 촛불정신이 만들어 준 이번 정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신 의원은 "과학기술계에서는 정치권에 줄을 대고 정치인의 눈치를 봐서 전문적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는 자조섞인 말이 흘러 나오고 있다"면서 "이번 정부가 과학기술인의 사기를 꺾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망치는 횡포"라고 주장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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