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구·원천기술 확보… 규제 걸림돌 치워야 바이오산업 달린다

기술 못 따라가는 규제가 혁신 발목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대응에 한계
美日 등 유전자 치료에 法제한 없어
오히려 안전성·효과성 심사에 초점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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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원천기술 확보… 규제 걸림돌 치워야 바이오산업 달린다

혁신성장 바이오융합이 이끈다
10.'포지티브 규제' 해소해야 미래 있다(끝)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생명공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첨단 융복합 기술을 바탕으로 한 바이오의약품 개발이 바이오 분야의 '핫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각국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들은 성장 한계에 직면한 합성신약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으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2017년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매출액 10대 의약품 중 7개가 바이오의약품일 정도로 매출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재생의학 시장은 2014년 111억5000만 달러에서 2021년 494억1000만 달러로 연평균 23.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연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 분야 역시 2014년 2억 달러에서 2022년 23억 달러로 연평균 36.2%씩 시장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기초연구·원천기술 확보… 규제 걸림돌 치워야 바이오산업 달린다

그만큼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신기술 기반의 혁신적 연구를 통한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우리의 사정은 녹록치 않다. 혁신적 연구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급속한 기술 발전의 속도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기술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포지티브 규제'가 혁신 바이오 연구 걸림돌= 바이오 분야의 대표적인 규제를 꼽는다면 단연 '생명윤리법'이다. 생명윤리법은 2004년 제정돼 이듬해인 2005년부터 시행됐다.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 법을 제정한 취지다.

업계에서는 생명윤리법이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띠고 있어 혁신적인 연구 수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포지티브 규제는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허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만 연구가 가능하다.

포지티브 규제 방식은 급속한 기술 발전과 융합의 영향으로 바이오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신기술과 신시장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령, 인체 내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자치료 연구는 생명윤리법 제47조 1호와 2호를 동시에 만족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1호와 2호는 유전자 치료 연구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 일으키는 질병 치료를 위한 연구로,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으면서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치료를 위한 연구인 경우에만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전자 치료 연구범위가 협소해지고 유전자가위 기술과 같은 혁신적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아울러 임상연구 진입 시 유효성과 안전성 등 다른 법(약사법)의 적용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질환 자체를 제한하다 보니 이중규제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 일본은 유전자 치료 대상 질환에 제한을 두지 않고, 개별연구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성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초연구·원천기술 저해하는 '포괄적금지' 규제= 기초연구(비임상연구)와 임상연구를 구분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바이오 연구자들이 지적하는 또 다른 규제다. 초기단계부터 기초연구를 금지하고 있어 원천 기술 개발 자체를 막고 있다.

이렇다 보니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초기 단계의 기초연구뿐 아니라, 유전자질환에 대한 근원적 치료 연구 등도 원천적으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기초부터 상업화까지 전 분야에 걸친 연구를 진행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선진국들은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를 분리해 각각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감독을 전제로 배아 등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치료 및 기초연구를 허용하는 추세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중앙집권적 규제'도 또하나의 규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관의 IRB(임상시험계획승인서)을 통해 승인을 요구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심의나 중앙행정기관의 승인을 요구하는 규제체제다. 이 때문에 심의의 비전문성과 연구시기의 적시성 상실, 연구현장의 자율성과 책임성 저하 등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 연구계획서 심사절차는 IRB부터 보건복지부장관 승인까지 대략 8∼9개월 가량이 소요되고, 보고 등의 절차를 밟는 데 과도한 행정부담이 뒤따른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규제 상황에서 기초연구는 허용하면서 연구현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과도한 중앙집권적 통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은 "현행 포지티브 규제방식은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연구의 적시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면서 "기초연구는 제한없이 허용해 주면서 생명윤리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엄격한 관리와 규제를 통해 바이오 분야에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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