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두께 700㎜ 슬래브로 '철강 초격차'
포스코 자력 엔지니어링 설계
포스MC 기계로 6월부터 양산
최대 233㎜ 두께 후판재 생산
고객사 세계 최고 기술력 인정
포스코 자력 엔지니어링 설계
포스MC 기계로 6월부터 양산
최대 233㎜ 두께 후판재 생산
고객사 세계 최고 기술력 인정
포스코 제공
막대한 면적만큼이나 입구도 장엄하다. 곧게 뻗은 길을 따라가다 보니, 세월의 흔적을 역행하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포스코는 지난 4월 1일 50돌을 맞았다. 포스코가 올해 6월 자체 개발한 포스MC(PosMC) 기계로 700㎜ 슬래브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슬래브는 열연강판이나 후판 소재로 사용하는 직사각형 모양 철강 반제품으로 두꺼울수록 만들기가 어렵다고 한다. 700㎜ 슬래브를 이용하면 최대 233㎜ 두께의 후판재를 생산할 수 있다. 유럽이나 일본 철강사는 최대 두께가 600㎜인 슬래브를 생산하는 데 머물고 있다.
이 공장 바로 앞에 대형 구조물이 우뚝 솟아있다. 지난 4월 처음 생산한 700㎜ 슬래브다. 제품 개발과 생산에 기여한 인력들의 이름을 새겨놓았다. 비석(碑石)이 아니라, '비철(碑鐵)'이다. 이는 포스코 임직원이 10년간 땀 흘린 결과물이나 마찬가지다.
오경식 포스코 포스MC기술개발추진반장은 "지난 2008년부터 개발을 시작했고 포스코 최초로 자력 엔지니어링 설계한 것"이라며 "경쟁사와 비교해 개발비도 5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설명하는 내내 그의 입가에선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그가 포스코에서 '철강 밥'을 먹은 지도 40년 가까이 됐다. 누군가에는 철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구슬땀을 흘린 임직원에게는 보석보다 소중하며 자랑하고 싶은 존재이다.
세계 최대 두께라는 슬래브는 크기만큼 육중한 몸무게를 자랑한다. 1㎝당 1t에 달한다. 최주한 포스코 1제강공장 공장장은 "들고 갈 수 있으면 가실 때 20~30㎝정도 잘라드리겠다"며 웃었다. 이곳에선 매일 400톤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주로 선박 등에 활용되지만, 자동차 1개당 1t가량의 철이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차에 들어가는 400대분의 철을 생산하는 셈이다.
포스코에 있어 700㎜ 슬래브 상업 가동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현재 세계 철강산업 경쟁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와 조선 등 주요 납품처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데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에 따른 관세 장벽까지 겹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역량은 '기술'에서 나온다.
포스코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을 원하는 고객사들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 중 하나인 터키 차나칼레 1915대교에 철강재를 공급했고, '안전의 대명사'로 알려진 볼보와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1위 해양풍력 구조물 제작사에 후판 누적 판매 100만t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는 지난 2010년 이후 9년 연속 철강전문 분석기관 WSD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달부터 본격 상업 생산을 시작한 700㎜ 슬래브도 '세계 최고'를 향해 가는 포스코호의 항해 과정이다. 최주한 포스코 1제강공장 공장장은 "현재 700㎜ 슬래브 공장은 평일에만 가동되고 있다"며 "앞으로 수요가 늘어나면 교대, 휴일 등에도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수 포항제철소장은 "세계 최고의 소재인 포스MC 슬래브로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위드 포스코의 마음으로 고객사와 함께 발전해 나가겠다 "고 말했다.
포항=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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