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 `소확행` 풍조의 裏面

위행복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한국인문학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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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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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인문학] `소확행` 풍조의 裏面
위행복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한국인문학총연합회장

학생들에게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을 배웠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서, 일상을 통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성취할 수 있는 작은 목표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 혹은 그렇게 얻어지는 행복을 말한다고 한다. '욜로(YOLO)'라는 말도 있는데, "욜로족은 내 집 마련, 노후 준비보다 지금 당장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에 돈을 아낌없이 쓴다"는 것이 사전적 설명으로서, '소확행'과 유사한 삶의 태도로 보인다. 장기적인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고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원대한 목표보다는 목전의 작은 것들에서 삶의 의미를 찾거나 자존을 확인하는 방식이니, 행여 꿈과 희망을 접어버린 결과일까 걱정된다.

TV에 '먹방'과 선정적 프로그램이 넘치고, 사람들은 부단히 원초적 욕구를 충동질당하고 있다. 방송매체를 동원할 수 있는 소수가 그들이 퍼뜨리고 싶은 무언가를 경쟁에서의 패자로 남은 다수에게 주입하면서 지적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오염된 세상을 벗어나 자연을 누리거나, 가구나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어 가면서 살아보는 삶이 자아를 되찾고 존엄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삶이 누적된 좌절과 패배로 인해 선택된 결과라면, '소확행'은 자기기만적 위안이기 십상이다. 쌀밥에 고기반찬이 맛있는 것을 뻔히 알지만, 도토리로 배를 채우면서 주린 창자를 속이는 것처럼.

"사람에게 원대한 계획이 없으면 가까운 미래에 근심이 닥치기 마련이다.(人無遠慮, 必有近憂.)"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이다. 원대한 계획의 부재가 개인적 게으름이나 좁은 식견에서 비롯될 수도 있지만, 이 시대 젊은이들의 '소확행'이나 '욜로'는 그들이 처한 상황 때문에 만들어진 도피처인 것 같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Oxfarm)이 2017년 1월에 발표한 '99%를 위한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빌 게이츠를 비롯한 8명이 차지하고 있는 재화가 세계 인구의 아래쪽 절반이 갖고 있는 부와 맞먹는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1%의 인구가 국토의 55.2%를, 상위 10% 계층이 전체 소득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보고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소외와 박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인데, 설상가상으로 4차산업혁명 관련 논의들이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를 경고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기계로 대치될 것이고, 앞으로의 세상이 새로운 발상과 지식 그리고 기술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차지한 양을 능가하는 새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찾아냈지만, 교육조차도 '부의 대물림'에 의해 좌우되고 신분 고착화에 기여하는 엄연한 현실은 소시민들로 하여금 '소확행'으로 위안받거나 말초적 오락물에 매달리도록 만든다.

통계청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10%에 비해 상위 10% 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10배가 넘고, 사교육비는 13배가 넘었다. 자식의 계층 상승을 비관하는 부모들이 50%를 넘는다는 사실도 통계청의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 '양극화' 사회를 극단적으로 비관하는 '수저 계급론' '헬조선' 'N포 세대' 등의 말이 두어 해 전에 유행했었는데, 계층사다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교육제도의 완성을 서둘러야 한다. 일부 특정 과목의 성적을 중심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지금의 대학입시 제도는 '할아버지의 재력'으로 높은 점수를 차지할 수 있는 손자들의 '일류대학' 입학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이다. 이것은 '부자들의 리그'이다.

앨빈 토플러가 10여 년 전에 말했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공감과 소통 능력을 한창 길러야 할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모국어도 온전히 익히지 못한 그들이 영어 공부에 매달리도록 하거나, 수능시험의 촘촘한 등급을 유지하는 상대평가는 사교육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계층에게만 유리할 뿐, 4차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배양과는 거리가 멀다. 학생들이 자신의 취향과 소질에 따라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고, 다양한 과목에 걸쳐 저마다의 성취를 인정해주는 교육제도를 조속히 완성해야 한다. 국가 백년대계의 개선을 더 이상은 미루지 않아야 한다. 계층사다리의 회복과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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