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1983년 고(故)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2.8 도쿄 반도체 사업 선언'을 했고, 이건희 회장이 '초격차 전략'으로 뒤를 이으면서 삼성전자는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동차 전장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사업을 정조준 하고 있다.
자율주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커지면서 자동차 시장의 중심 축이 내연기관에서 IT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이 시장에서도 초격차 경쟁력을 구축해 미래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에 이미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삼성전자는 다음해 무려 9조원에 이르는 과감한 투자로 하만을 인수, 단숨에 자동차용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장 점유율 1위로 도약했다. 여기에 지난해 약 3400억원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를 조성해 자율주행차 관련 벤처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인수를 추진, 기술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까지 자동차 부품 사업의 연간 매출을 현재보다 300% 늘어난 200억 달러(약 22조6000억원)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지난해 내놓기도 했다..
그 이유는 자동차용 전장 시장의 엄청난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전기·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전장부품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시장 규모가 올해 450만대에서 2020년 850만대, 2025년 2200만대 수준으로 앞으로 7년 내에 50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IC인사이츠는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1년까지 연평균 12.5%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른 자동차용 전장부품 시장도 앞으로 10년 동안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관심은 각별하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경영복귀 이후 일본과 유럽, 북미 등을 오가며 AI와 전장사업 등 신성장 사업을 키우기 위한 광폭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IT 기술력 면에서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이지만 앞으로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오는 2020년까지 162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메모리반도체·스마트폰에 이은 새 성장사업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에서 시장 점유율 1위이고, 계열사인 삼성SDI는 파나소닉, LG화학 등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톱3를 형성하고 있다.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점유율 90% 이상으로 경쟁자가 아직 없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과거 D램 시장처럼 '치킨게임'의 출혈경쟁이 발생할 수 있고, 여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공격적인 투자와 '초격차' 외엔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미래를 위한 씨앗'을 다시 심어야 하는 시점이 다시 도래했다"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몸을 일으킴)'에 대응하고 동시에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손영권 삼성전자 사장과 하만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가 작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하드락 호텔(Hard Rock Hotel)에 마련된 약 440평 규모의 하만 전시장에서 자율주행용 사용자경험을 구현한 오아시스 컨셉차량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