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문턱에서 간신히 회생한 한국지엠(GM)이 법인 분리 문제로 '탈(脫)한국' 논란을 재점화했다. 조직 역량 강화가 주목적이라는 회사 측과 또 다른 철수 시나리오라는 노동조합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대주주인 KDB산업은행도 이번엔 노조와 함께 법인 분리에 반발했지만, 한국GM은 이를 강행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노조 측은 파업을 포함한 모든 방안으로 법인 분리를 막겠다고 맞섰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9일 "(사측의 법인 분리 추진에 대해)현재 집회와 1인 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법이 허락하는 선에서 파업도 불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GM 이사진은 지난 4일 인천 부평 본사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부서를 별도의 R&D(연구개발) 법인으로 분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산업은행 추천 이사들은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통과를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이사회는 지분율에 따라 GM 측 7명, 산업은행 3명 등 10명으로 구성된다.
한국GM은 오는 19일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번 법인 분리 안건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한국GM 측은 법인 분리를 통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 최다 판매차종인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품의 디자인과 차량 개발 업무를 맡겨 기존보다 조직 역량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회사 주장대로라면 법인 분리는 한국GM의 경영정상화 방안의 일환이다.
노조 측의 생각은 다르다. 연구개발 법인 분리는 '구조조정'을 위한 단계다. 노조에 따르면 법인이 분리되면 신설법인은 기본 자산규모가 작아지고 고용인원은 약 3300명으로 파악되는데, 대규모 신규투자와 연구개발 프로젝트 확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재무구조 부실로 연결된다.
아울러 노조는 신설법인의 경우 단체협약이 승계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상 신설분할의 경우 단협 승계의무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 회사 측이 원할 경우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GM 노사의 문제는 국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오는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작년 정무위원회 국감에 이은 2년 연속 출석이다. 산자위원들은 산업부에 대한 국감에서 카젬 사장 등에게 군산공장 폐쇄 등에 대해 질문을 할 전망이다. 아울러 22일 정무위 국감에는 최종 한국GM 부사장이 출석한다. 정무위원들 법인 분리, 철수 의혹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