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8개월여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신 회장의 부재 중 멈춰 있었던 롯데그룹의 투자에도 물꼬가 트일 것이란 전망이다.
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구치소에서 나온 직후인 5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를 찾아 황각규 부회장 등 비상경영위원들을 만나며 빠른 경영 복귀 행보를 보였다. 사상 최악의 폭염에 구치소에서 지내는 동안 체중이 10㎏ 가까이 빠졌지만 주말 이틀만 휴식을 취하고 월요일인 8일부터 집무실로 출근할 예정이다. 그간 그룹 현안이 밀려 있었던 만큼 업무 복귀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신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월 1심 재판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구속 수감된 지 234일 만이다. 신 회장은 구속 이후 "국가와 그룹을 위해 일할 기회를 달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선처를 호소해 왔다. 구치소를 나오면서도 "앞으로 열심히 일 하겠다"며 출소 소감을 밝혔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돌아온 롯데그룹이 빠르게 대규모 투자와 채용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인도·북한을 방문하면서 대규모 투자 계획안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만큼 신 회장도 미뤄뒀던 투자 계획 진행에 속도를 내면서 정부와 발을 맞춰 갈 것이란 예상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6년에도 '롯데그룹 개혁안'을 발표하며 '5년간 40조원 투자·7만명 신규 채용'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탄핵 정국과 정권 교체의 흐름에 휘말리며 신 회장이 수사 대상에 올랐고, 결국 구속 수감되면서 대부분의 계획이 무기한 보류된 바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이 돌아오면서 미뤄뒀던 M&A와 채용 계획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 구속 이후 황각규 부회장과 각 부문 BU장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됐다. 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채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룹 2인자인 황각규 부회장은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 "신 회장이 현지에 방문해 부지를 확인해야 (유화단지) 건설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올해에만 10여건, 11조원 규모의 M&A를 검토했지만 결정된 건은 하나도 없다. 채용 역시 올해 상·하반기에 1500여명(인턴 제외)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연 1만3000여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던 안과 큰 차이가 있다.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롯데그룹이 차기 먹거리로 삼고 있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가 철수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부문 사업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 준법경영위원회 신설·호텔롯데 상장 등 진행 중에 멈췄던 그룹 개혁안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이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 나가겠다"며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