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행정개혁시민연합 상집위원장
![[포럼] 국가통계 중립 담보할 조직개편 급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0/2018100402102369640002[1].jpg "[포럼] 국가통계 중립 담보할 조직개편 급하다")
여기에 그로부터 나흘 뒤인 8월 27일에는 전격적으로 통계청장이 교체되었다. 야권은 현 정부에 불리한 통계결과가 나오자, 통계를 왜곡하기 위해 통계청장을 경질했다며 반발하면서 통계청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심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최근 통계청 발표와 통계청장 인사는 관련이 없고, 경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야권의 주장과 여권의 해명이 사실이든 아니든, 여·야는 현 상황을 자기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쟁점화하고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에 휘둘리는 위치에 통계청이 있다는 것이다. 여·야가 통계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통계청은 그 역할 및 수행하는 업무에 비해 행정부 내 비중이 너무나 취약하다. 통계청은 정부조직법상 부·처·청 중 집행적 기능을 수행하는 廳(청)으로 위치하면서 다른 부처의 통계조정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당연히 조정받는 장관급 정부조직 입장에서는 일견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례로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관계 장관들이 위원인 국가통계위원회 본회의는 최근 3년 이내 실제 대면회의를 개최한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모두 서면으로 하거나 차관급이 참석하는 분과회의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정부조직의 사무와 조직은 모두 법령으로 정한다. 그러나 통계청은 통계사무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통계법'을 독자적으로는 한자도 개정하지 못한다. 또, 통계청 조직과 인력을 규정하고 있는 '통계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을 자체적으로 개정할 수도 없다. 통계청은 기획재정부의 외청이기 때문에 법령의 제·개정은 기획재정부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장관의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통계청장은 중요 정책사항에 대해 기획재정부장관에 미리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소관 사무와 소관 조직 및 인력조차 독자적으로 규율하지 못하는 통계청이 어떻게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통계청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 독자적으로 법령을 규율하는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통계청의 조직과 직무범위 등을 법률로 정하고, 통계청장을 정무직으로 하되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하며 임기를 보장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작년 초, 당시로서는 '차기정부'의 정부조직개편 논의에서 통계청이 국무총리 산하의 국가통계처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피력했다. 통계청이 기획재정부 외청에서 벗어나 전부처적 업무를 수행 및 조정하고 법령제정권 등 독자성을 확보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행정 각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공공데이터를 융·복합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정책통계를 생산하고 조정기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국무총리 산하의 처단위 조직으로 격상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제 국가통계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국가통계 조직의 위상제고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강력하게 발생했다. 국가 통계를 바로 세우지 않고, 정부정책의 올바른 결실을 맺을 수 없다. 국가통계를 관장하는 통계청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독자적으로 소관 사무와 조직을 운영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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