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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법부, 스스로 독립성 지킬 意志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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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사법부, 스스로 독립성 지킬 意志 있는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시작된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이 결국 양승태 전대법원장과 박병대, 차한성, 고영한 전대법관의 압수수색으로 이어졌다. 향후 최종적인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이며,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경우 법원의 판단은 또 어떻게 나올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만으로도 법원은 이미 만신창이다.

그런데 최근 법원의 태도를 보면 법원 스스로는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외부에서는 정권이 바뀌고, 대법원장이 바뀌면서 사법부가 그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정작 법원에서는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법원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는데, 법관들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관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에 속한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사법부의 불법과 비리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불법과 비리를 척결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법원의 수장이 개인적 비리도 아닌 사법의 핵심인 재판을 놓고 청와대와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양 전대법원장과 몇몇 측근의 비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법의 본질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의혹이며, 법원의 재판 자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법관들은 너무나도 쿨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명 이후 임기가 만료된 대법관들의 후임으로 새 대법관들이 임명되면서 법원 내의 갈등 기류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다. 더욱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통해 법관대표회의의 위상이 높아지고, 사법발전위원회를 통한 사법개혁에도 깊이 관여하면서 법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의 영향력 등까지 고려하면 법원 내에서도 갈등 구조도 매우 복잡하다.

물론 법관들도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고, 민주적 의사결정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생명으로 하는 사법작용의 담당자로서 법관에게 요구되는 중립성과 독립성의 요구에 따라 법관들의 정치적 의견은 최소한으로 제한된다. 정당활동이나 선거운동 등에 관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법원 내에서의 정치적 편향성 내지 편가르기가 공정한 재판을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최근 사법발전위원회의 논의를 보면, 법관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각론은 부실하다.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고, 법원행정처 대신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구성하자는 제안은 과거 심각한 반대에 직면했던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사법부분과의 '사법평의회' 제안을 연상시킨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9월 20일 발표한 개혁안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왜 법원을 불신하게 되었는지, 왜 양승태 전대법원장은 청와대로 박근혜 전대통령을 찾아가서 상고법원 도입에 대해 부탁을 하게 되었는지, 왜 삼권분립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대등하지 않은지에 대해서 먼저 밝히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법개혁안들은 동문서답이자 연목구어가 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법원의 독립을 통해서만 재판의 공정성을 찾을 수 있고, 재판의 공정성을 통해서만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대통령의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형식화함으로써 코드 인사를 통해 법원이 정권에 예속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외면하고 양 전대법원과 그 측근들의 개인적 비리로 문제를 축소하고, 이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양 전대법원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삼권분립에 반하기 때문에 고위법관에 대해서는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면,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그래야 할 것이고, 이는 곧 면죄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도 법정에 서는 마당에 전직 대법원장이 예외일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이 법원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는 점, 만일 재판거래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해도, 법원에 대한 신뢰가 곧바로 회복될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또한, 양 전대법원장 등의 불법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이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못한다. 어쩌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의 비위를 캐려고 하는 것처럼, 전직 대법원장의 비위 또한 도마 위에 오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금 법원에 대한 불신의 증폭으로 나타날 것이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크다 해서 국회를 없앨 수는 없듯이, 법원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법원을 없애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무엇인가? 법원을 불신하는, 법과 정의를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이제 원점에서부터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법원이 다시 설 수 있을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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