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ㆍ정치외교학과
![[시론] 金 `비핵화` 공개발언은 의미있는 일보 전진](http://contents.dt.co.kr/images/201809/2018092002102269607001[1].jpg "[시론] 金 `비핵화` 공개발언은 의미있는 일보 전진")
이번 회담에서는 이밖에도 전문가 참관 아래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와 미국의 상응조치 시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등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합의했다. 부족하나마 비핵화를 위한 일보 전진이라고 판단할 만하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불과 5개월 사이에 세차례나 정상회담을 개최했다는 사실은 남북한 그 어느 지도자들보다도 두 사람은 상호신뢰를 돈독히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한반도 평화의 기회도 오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화되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들이 산재해 있다. 우선 북미간의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남북관계개선도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관건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실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 행동에 돌입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야만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과 미국 간의 협상이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경화 외무장관이 방북대표단에 전례 없이 포함된 이유는 미측 협상 책임자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정상회담 결과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얼마 전 북한 방문을 공식 발표했다가 전격 취소한 것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실행되기 전까지는 제재 국면을 강화하려 하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을 비핵화 협상과 분리해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개선이 두 바퀴 수례와 같이 굴러가야 하는 형국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를 중재하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과제였다. 한국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발판으로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는 전략이었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핵 및 핵시설 리스트 제공과 종전선언 이행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 문제는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논의할 의제로 남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북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하고 대북제재가 일부 풀리면 경제협력으로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를 천명하고, 비록 조건을 달았지만 핵 시설에 대한 추가적인 폐쇄 조치 계획을 밝힌 것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이 핵 리스트를 제공하더라도 그것을 신뢰할 수 있는가는 또 하나의 문제이지만 일단 리스트 공개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으로서 북한 체제보장의 선행적 조치라고 할 수 있으므로 9월 말 유엔 총회에서의 연설을 계기로 한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소위 체제안보를 위해 개발한다는 핵무기가 결국 한반도 문제를 국제문제로 비화시켰다. 남북관계 개선이 단순히 남북당사자들만의 문제로 해결될 수 없게 된 것이다. 북핵은 체제보장 보다는 오히려 체제위협의 애물단지로 전략했다. 종국적으로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군사적 제재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비핵화를 통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경제협력을 가능케 함으로써만이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길임을 북한 스스로 인식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