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안전 2등급'으로 철저한 관리
진단키트·바이오센서 속속 상용화
다제내성균 진단기술 확보 잰걸음
축적기술 활용 나노의약품도 개발
혁신성장 바이오융합이 이끈다
4. 생명연 위해요소감지 BNT연구단 실험실
대전에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위해요소감지 BNT연구단 실험실. 이곳은 병원성 세균과 바이러스를 진단·감지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탓에 '생물안전 2등급(BL-2) 실험실'로 철저한 통제와 관리를 받는다.
3년 전 세상을 '메르스 공포'에 몰아 넣었을 당시, 이 실험실에서 메르스 진단 관련 기초 연구를 해 온 덕분에 산업체는 진단키트를 생산, 보급할 수 있었다.
나노바이오 기술을 기반으로 질병이나 감염병 등을 신속하고 정확하면서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센서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생명연 제공
실험실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조류인플루엔자, 지카, 말라리아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의 다양한 균주들을 초저온에서 보관하고 있는 냉동도가 눈에 들어왔다. 실험실 한켠에는 두 대의 장비가 놓여져 있었다. 항체와 나노입자 등을 배치해 질병이나 감염병 등을 진단하는 키트를 만드는 '디스펜서'라는 장비와 진단키트를 균일하게 잘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커팅 장비다.
지카 바이러스, 조류인플루엔자 등 한때 우리 사회에 전파돼 전 국민을 공포감에 휩싸이게 했던 바이러스들을 쉽게 진단하는 '간이 키트'들이 이 장비를 거쳐 탄생했다. 여기서 축적된 감지·진단 기술과 키트·센서 제작 플랫폼은 국내 바이러스 진단장비 관련 업체에 이전돼 속속 상용화되고 있다.
하태환 위해요소감지BNT연구단장은 "조류인플루엔지와 지카 등이 유행했을 당시 이 곳에서 만든 간이 진단키트 관련 기술과 플랫폼을 국내 업체에 무상 이전했다"면서 "현장에서 보다 간편하게 빠르고 정확하게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파악해 감염 확산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나노바이오 융합기술을 토대로 고감도 감지·분석기술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난 2004년 문을 연 위해요소감지BNT연구단은 나노바이오 융합기술을 기반으로 각종 생물·화학적 위해요소를 고속·고감도로 탐지·분석하는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탐지 대상은 각종 감염성 세균, 바이러스 등 생물학적 위해요소와 독소, 패독, 농약, 중금속 등 화학적 위해요소다.
특히 나노입자, 나노패턴, 나노와이어, 나노채널 등 다양한 나노기술을 이용해 바이오센서의 성능을 한층 개선시켜 각종 위해물질을 신속·정확한 검출이 가능한 다수의 고감도 바이오센서를 만들어 상용화에 성공했다. 또 생체 내 세포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고감도 생체친화성 바이오나노 소재 등을 개발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를 통해 확보한 바이오나노융합기술을 활용해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위험물질의 감지·분석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연구에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력한 항생제도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을 1∼2시간 이내에 빠르게 진단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다제내성균을 진단하려면 항생제를 넣어 세포를 배양하는 데 시간이 걸려 최소 1주일 이상 소요된다. 연구단은 배양을 빠르게 해서 신속하게 유전자를 검출하거나, 세균의 모양을 이미징화하는 방법으로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2∼3년 후에 상용화 한다는 게 연구단의 목표다.
하 단장은 "황열병, 댕기열, 말라리아 등은 열대지역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 발병 사례가 없지만, 기후변화 등의 영향에 따라 언제든지 이런 감염병뿐 아니라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 발병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 차원에서 진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축적해 놓은 나노바이오 기술을 활용하는 '나노의약품' 개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의학계를 중심으로 나노물질이 세포분화에 관여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는 데 착안한 것이다. 특히 금 나노입자의 경우 자체 열로 세포를 사멸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암 치료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나노물질은 다양한 영상의학기기를 통해 직접 질병의 치료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의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나노물질을 인체에 장기간 투여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독성 유무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연구단은 피부를 투과하지 않는 적외선과 달리 피부 투과 특성이 있는 근적외선을 이용해 세포 분화를 촉진하거나, 세포 근처에 나노물질을 덮어씌워 분화를 활성화시켜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도 준비하고 있다. 하 단장은 "나노바이오센서는 기술 간 융합이 한층 가속화되면서 질병예측과 진단, 신약개발, 유전체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가 확장되면서 미래 바이오 융합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기술 분야로 떠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