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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칼럼] 항생제 耐性 해결을 위한 큰 그림

남윤성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입력: 2018-08-27 18:50
[2018년 08월 28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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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칼럼] 항생제 耐性 해결을 위한 큰 그림
남윤성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때때로 작가들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대해 글을 쓴다. 인류가 나아가길 희망하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거나, 그와 반대로 두려운 미래에 대해 경고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예를 들어, 우리 사회가 책을 갖거나 읽는 것을 금지해버린다면? 지구에서 물이 희박해진다면? 자아를 인지하는 로봇들이 우리의 통제에서 벗어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각한 질병 상태에 빠진다면? 또는, 외계인이 침공한다면? 수 없이 많은 소설과 영화가 이런 허구의 질문에서 시작되고, 그 소재는 상상력이 허락되는 한 무궁무진하다. 다만, 우리들은 이런 상상의 이야기들이 현실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지극히 낮거나, 너무나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이 주는 경고에 대해 잠시 감정적 동요를 하곤 하지만,일상으로 쉽게 돌아올 수 있다. 문제는 때때로 우리의 예상을 깨고 빠르게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지는 경우들이 없지 않다는 것이고, 대부분의 우리들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 준비하고 있지 않다.

다제내성균에 의한 감염 문제는 뜬금없이 등장한 문제가 아니다. 내성은 항생제의 사용시점부터 인지되었던 오래된 이슈이다. 다만,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로 그 문제의 심각성이 계속 지연되어왔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이 익숙한 문제가 최근에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불행하게도,다제내성균 문제는 우리 사회에 치명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아직 정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영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 준비되어 2016년에 발표된 Jim O'Neill 보고서는 다제내성균 감염의 심각성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2014년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암에 의한 전세계 연간 사망자 수는 820만명으로, 당뇨에 의한 150만명이나 다제내성균 감염에 의한 70만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 하지만, 불과 30여년 뒤인 2050년에는 다제내성에 의한 연간 사망자 수는 암에 의한 사망자 수를 뛰어넘어, 대략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었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총 사망자 수와 인구당 사망자 비율이 가장 높을 것이며, 아시아에서는 연간 사망자 수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우리 세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제내성균 감염 문제에 취약한 우리 나라에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이다.

정말 안좋은 소식은 다제내성균의 급속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항생제를 연구하는 회사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에는 18개사였지만, 2011년에는 불과 4개사만 남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윤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허가 받은 새 항생제의 수는 1985년과 1999년 사이에 33개였으나, 2000년과 2014년 사이에는 불과 13개로 줄었다. 이를 보면, 화학적 약물의 제한된 작동원리와 약물의 사용이 오히려 그 저항성을 증가시키는 생물학적 작동원리 사이의 승자가 누구인지 뚜렷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현대의학의 종말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항생제의 사용이 제한된다면, 우리들의 야외활동에 많은 제한이 따르게 될 것이며, 교통사고에 의한 외상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외과수술을 통한 암치료, 임플란트, 제왕절개 같은 의학 기술을 거의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물론 무균실에서 로봇들이 수술을 하는 상황이 떠오르지만).

우리는 아직 이 문제의 해결책을 모른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을 제대로 파악하고, 거대한 투자를 계획한다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다제내성균 감염의 확산을 늦추기 위한 항생제 오남용의 방지, 다제내성 확산 현황의 추적과 분석, 급속한 확산에 대한 대응체계 확립과 교육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응급처방을 위한 노력조차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과학적 연구활동도 -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 활발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현대 의학의 범주 내에서 발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생물학적 다양성과 생태학적 거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분자생물학이나 생화학적 기법에 의지해서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려는 기존의 방법론을 뛰어 넘어, 보다 광범위한 영역의 학문적 기법들과 기술들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보다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다제내성균감염문제에 대한 현대의학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매우 빨리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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