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동물 축제는 86개에 이른다. 사람들은 살아있는 동물을 구경하고, 직접 만져보고, 심지어 맛보기까지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축제의 주인공, 동물의 눈으로 보는 축제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식채널e'에서는 '축제'라는 명목 하에 무수히 많은 동물들이 희생당하는 동물 축제를 다시 생각해보는 '동물 축제에서 살아남기' 편을 방송한다.
동물을 가까이서 구경하고 만져볼 수 있는 동물 축제는 도시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생태 체험이다. 살아있는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수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동물 축제를 찾는다. 전국 곳곳에서는 해마다 86개의 동물 축제가 열린다. '산천어', '나비', '주꾸미' 등 다양한 동물들이 축제의 주인공이 된다. 그곳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아보고, 직접 갯벌에 들어가 주꾸미를 잡으며, 나비를 날려보기도 한다. 동물과 함께 하는 잊지 못할 추억. 그러나 과연 동물들에게도 이것이 행복한 추억일까?
매년 1월, 강원도 화천에는 산천어 축제가 열린다. 매년 200만 명 가까운 관람객 수를 자랑하는 겨울철의 대표적인 지역 축제. 많은 이들이 즐기는 축제의 이면에는 비참한 죽음이 숨겨져 있다. 축제가 열리기 며칠 전, 수십만 마리의 양식 산천어들이 화천으로 옮겨진다. 이렇게 옮겨진 산천어들은 좁은 공간에 가둬져 관광객들을 기다린다. 물속을 가득 채우는 낚싯바늘로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되고, 결국 회나 매운탕이 되어 죽는다. 산천어의 비극은 이뿐만이 아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산천어 맨손 잡기' 행사에서, 26도의 체온을 유지하는 냉수성 계류어인 산천어들은 사람의 손에 화상을 입으며 고통스럽게 죽는다.
다양한 종류의 나비를 직접 볼 수 있는 '함평 나비 축제' 또한 반생태적이다. 나비는 축제 시기에 맞춰 인공부화로 깨어난다. 축제가 벌어지는 5월 초의 날씨는 나비가 활동하기에 너무 춥다. 그러나 축제의 대표적인 행사인 '나비 날리기'를 통해 나비들은 강제로 방사된다.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 나비는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온실에 있는 나비들 또한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모든 축제 행사가 끝나면 나비와 알, 번데기 모두 폐기된다.
동물의 이름을 앞세운 동물 축제는 결국 대부분 동물들이 죽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서울대학교 수의인문사회학교실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동물을 이용하는 86개의 축제 중 83.7%가 죽이거나 죽음에 해당하는 고통을 주며, 78.3%가 잡아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태 체험'이라 불리지만 '생태'와 가장 거리가 먼, 동물 축제의 불편한 진실을 담은 지식채널ⓔ '동물 축제에서 살아남기' 편은 EBS1에서 방송된다.
김지영기자 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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