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고] 자율주행을 위한 선제적 교통체계](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2702102369640002[1].jpg "[기고] 자율주행을 위한 선제적 교통체계")
도로에서 차량이 서로 평면으로 교차할 때 신호등의 등화 색깔에 따라 교차로 통행우선권(Right of Way)이 주어진다. 신호교차로는 주로 4개의 진행방향에서 진입하는 차량들을 일정 시간동안 녹색신호를 표시하는 현시(Phasing)를 주어 각 방향별 차량이 서로 상충하지 않게 통행하도록 규칙을 정해 운영되고 있다. 때로는 3개의 진행방향이 있는 3지교차로(혹은 T형 교차로)도 있고,또 어떤 곳은 드물지만 5지교차로도 있다. 이렇게 일정한 방법으로 각 진행방향에 통행우선권을 부여하기 위해 신호를 등화하는 장치가 신호교차로마다 설치된 신호제어기이다.
신호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들은 신호제어기에서 배정되어 신호등에 표시되는 등화 색깔에 따라 통행우선권이 부여되어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다.전세계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실상의 국제표준 통행방법이다.그런데 미국을 비롯해서 영국 등 유럽 국가들에서는 신호교차로에 신호등 외에 별도로 부착된 표지판을 흔히 볼 수 있다.바로 "No Turn On Red (NTOR)" 즉, "적색신호 시 (우)회전 금지" 표지다.우리나라에는 적용되지 않은 소위 진입규제 표지다.진입하는 방향에 적색신호가등화되어 있으면 직진하거나 회전(좌우)하는 차량은 반드시 정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다른 방향의 차량들이 통행우선권을 부여받아 교차로를 진입해서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진입하게 될 경우 신호위반과 더불어 충돌사고를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우회전도 금지하는 이유는 뭘까.녹색신호로왼쪽에서 직진하거나 맞은 편에서 좌회전하는 차량과 상충이 발생하면서진로방해가 되고 지정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교통량이 늘어날 경우 이 상충은 소위 충격파를 생성하게 되고 그 여파는 앞막힘(Spillback) 현상을 만들면서, 교차로 내부에 차량들이 뒤엉키고 혼잡 상황으로 급변하는 결과를 야기한다.또한 우회전 차량에 의한 이러한 상충은 진행하는 차량들에게는 우측 사각에 위험이 만들어지면서 충돌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그래서교통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교차로에 교통류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적색신호 시 (우)회전 금지(NTOR)"를우선적으로 적용하는 이유다.미국의 대부분 주에서는 "NTOR" 위반 시 가장 중한 벌금과 벌점이 부과된다.신호등 없는 교차로에 적용된 "우선정지(STOP)" 표지와 같은 높은 수준의 통행법규의 하나다. 또한 이 제도는교통체계에서 적용되는 대표적인 네가티브 규제로 분류되는데 비보호좌회전도 포괄적으로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에는이 표지가 없다.대신 적색신호 시 우회전은 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다른 차량과 보행자의 교통에 방해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애매한 표현으로규정되어 있다.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적색신호에서도 우회전을 한다.단지 보행신호에 따른 보행자가 있을때는 조심스럽게 정차한 후 우회전을 하지만 이 경우는 적색신호에 해당되지 않는다.적색신호 시 우회전하는 차량에 의한다른 방향 차량의 진로방해사례는 거의 모든 교차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국에 신호제어기가 설치된약 5만 곳의 교차로에서 거의 모든 운전자가 매일 한두번은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상황이 된 것이다.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어느 덧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러한 상황을받아들이고 있다.그러나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운전자나 조만간 보급될 자율주행차에게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안전에 위협적인 것은 분명하다.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준비하는 스마트시티 사업에 자율주행,공유교통 등 새로운 교통체계가 스마트 모빌리티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2020년 중반 쯤부터는스마트시티에 자율주행차량이 일반 도시보다 훨씬 많이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당 기간 자율주행차와 일반차량의 혼재로 인해 도심지 교차로의 차량간 상충이 다양한 형태로발생하면서 교통혼잡과 사고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물론 고도의 인공지능 기술로 이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스마트시티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통행규칙을 재정비해 시민들 스스로 지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지금부터 "NTOR"과 같은 선재적인 교차로 통행방법을스마트시티부터 적용하면서 자율주행차의 보급에 대한 사회적인 수용성을 앞당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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