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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미움받을 용기

박미영 정치국제부 정치팀장 

박미영 기자 mypark@dt.co.kr | 입력: 2018-08-21 18:00
[2018년 08월 22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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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미움받을 용기
박미영 정치국제부 정치팀장

매주 월요일 오전이면 청와대에는 '성적표'가 날아든다. 여론조사기관의 주간 지지율 분석표다.

지지율 70∼80%대를 웃돌던 취임 초기에는 성적표를 목빠지게 기다렸겠지만 이젠 피하고픈 심정일 게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15개월 만에 50%선으로 곤두박질쳤다. 전통적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고 반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의연한 모양새를 취했지만 어디 속마음이 그러하겠나.

지지율은 문 대통령에게 있어 절대적 중요성을 갖는다. 지난 2012년 대권 도전을 한사코 거부하던 그의 마음을 바꾼 것도, 두 번째 대권에 도전한 것도 국민적 지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 "지지율이 높으니까 의무감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정치인의 심리를 연구하는 심리학자 김태형은 저서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에서 "사랑받기 열망이 강한 문재인은 국민적 지지가 있으면 행복하겠지만, 그게 사라지면 불행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지율 변동과 사회적 압력에 취약한 편이어서, 지지율이 높으면 비교적 안정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지지율이 심하게 변동하거나 사회적 비난을 받는 경우에는 참모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를 수동적이고 피동적으로 해온 오랜 습관도 이런 우려를 낳는다는 분석도 함께 실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진이 다양한 정책 전문가로 포진돼 있다면, 실행능력이 뛰어나다면 의존한들 무슨 걱정이겠나. 그러나 청와대 참모진들은 '노무현 키즈'거나 시민단체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사람들 일색이다. 이 같은 구성은 '노무현 트라우마'에 갇히거나 시장을 보지 못한채 이념에 치우칠 위험을 부른다. 이들은 대체로 자기 이념에 부합하는 것에 애착이 강하지만 전체 경제를 보는 눈은 부족하다. '그들만의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시장의 경고가, 서민들의 아우성이 보이기는 만무하다. 그러니 '고용 참사'를 넘어 '고용 재앙'이란 말까지 나오는데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 곧 소득주도 성장이 효과를 낼 것"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시장에서 우는 소리가 커지면 청와대 참모들은 문 대통령을 퇴근길로, 산업 현장으로 이끈다. 이번 주에도 문 대통령의 규제혁신 현장 행보가 예정돼 있단다. 문 대통령의 현장 행보는 '자기 위안'에 가까운 것 같다. 청와대 홍보 기획 라인이 쓴소리 현장으로 이끌리 없고, 그 자리서 마주친 이가 시민이나 기업 간부가 '제언'이라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참모 중 한 둘이 어느 가게서 찬밥 신세를 당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문 대통령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속이야 아프든 웃는 얼굴로 맞이했을테고 기업 간부는 불편한 시간을 겨우 견뎠을 뿐이다.

정치학자인 새뮤얼 커넬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밖으로 도는 대통령은 선거 때와 같은 캠페인에 빠져들기 일쑤"라고 했다. 그는 캠페인 능력은 통치 능력이 아니기에, 대통령은 밖으로 나갈 것이 아니라 온갖 종류이 정책 전문가들을 곁에 두고 활용하려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욱이 '쇼통'을 좋게 볼 국민은 이제 없다. 지지율이 올라갈리 없고 자기 만족에 취하는 것도 그만하면 됐다.

'고용 참사'를 통해 경제 정책의 방향에 의구심이 들었다면, 경제 수장들에게 '직을 걸라'고 말할게 아니라 정책자체를 되돌아보는게 옳다. 정책의 방향을 틀기 시작하면 전통적 지지 세력들이 반발하고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실제로 지지율은 문 대통령이 대기업에 만남을 제안하던 시점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규제완화에 속도를 내자 더 추락했다.

그래도 멈춰선 안된다. 이제 문 대통령은 전통적 지지자들로부터 미움받을 용기를 가져야 할 때다. 노무현 정부때 '좌회전 깜빡이, 우회전'이라는 비난을 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선 안된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정책이라면 과감히 결단 해야한다. 어느 길이 제대로 가는 길인지는 경제 지표가, 서민들 월급 봉투가, 일자리가 말해줄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역사가 답해 줄 것이다.

박미영 정치국제부 정치팀장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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