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미경 기자]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4일 안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안 전 지사)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김지은씨)의 임명권을 가진 것을 보면 위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위력으로 존재감을 과시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성폭행 이후에도 피고인을 지지하고 존경한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점 등을 봤을 때 단지 수행비서직을 열심히 수행하던 중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며 "마지막 성관계(2월 25일) 당시 '미투 운동'을 상세하게 인지했고 피고인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오피스텔을 나가려는 등 저항을 했었어야 하지만 그러한 행위는 없었다"면서 성적 주체성을 행사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 씨에게 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막강한 사회·정치적 영향력으로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것으로 보고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반면 안 전 지사 측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법원이 안 던 지사의 손을 들어줬으나 사회적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안 전 지사는 판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부끄럽다. 많은 실망드렸다.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씨 측은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을 지켜본 여성단체들의 반발도 크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권세나 지위를 가진 사람이 소위 말하는 갑질을 성적으로 휘두르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격"이라고 판결을 비판했다. 배 대표는 "업무상 위력에 관한 죄를 규정한 법률의 보호법익이 있지 않나"며 "조직 안에서 권력 있는 자가 마음껏 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여성단체들은 미투운동이 매우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 받았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