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생태계 성장불균형 해소
"제조사·장비·원자재 업체간
긴밀한 협업체계 구축 고민"
"제조사·장비·원자재 업체간
긴밀한 협업체계 구축 고민"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SK하이닉스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반도체 장비·소재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유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물질적으로 협력사를 지원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미래 반도체 기술개발까지 공동 협력해 수출 기업으로 육성하려는 것이 SK하이닉스의 큰 '동반성장' 밑그림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부적으로 반도체 생태계 성장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식공유 플랫폼'과 '기술협력 플랫폼', '전략적 협력사 육성' 등 세 가지 과제를 선정해 중점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특히 '공유 인프라'를 바탕으로 협력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식공유 플랫폼의 경우 업계 유일의 반도체 전문학습 기관인 반도체 아카데미가 맡아 하고 있다. 공유 인프라 포털 회원 가입만으로 제조공정, 소자, 설계, 통계 등 7개 분야 123개 온라인 교육 과정을 무상으로 수강할 수 있다. 이어 협력사의 장비 개발 담당자가 직접 SK하이닉스의 장비 운영 엔지니어를 교육하며 상호 성장하는 지식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다른 공유 인프라는 기술협력 플랫폼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분석·측정 지원센터'다. SK하이닉스의 최신 장비를 활용해 협력사들이 물성분석(TEM, SEM, SIMS), 화학분석(ICP-MS 외 20종) 등을 수행하고, 고품질의 분석 데이터를 제공한다. 현재 15개 협력사가 분석·측정 지원센터를 활용하고 있다.
전략적 협력사를 육성하기 위해 올해만 2회째 시행하고 있는 '기술혁신기업' 선정 역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선정된 기업과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이들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SK하이닉스 생산 라인에서 실험적으로 적용, 성능을 평가하게 해준다. 또 회사당 무이자 기술개발 자금대출을 해주고, 개발 제품에 대해 최소구매 물량 보장 및 다양한 판매처 확보도 지원한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들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세계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작년 SK하이닉스의 협력사 중 매출 상위 39개 업체의 매출과 영업이익 합계는 각각 13조6160억원과 1조4328억원으로 전년보다 21.3%, 31.6%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9.7%에서 10.5%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영업이익률 50%가 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과는 큰 폭의 차이가 있다. 국내 반도체 장비·원자재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중국의 추격 등을 따돌리고 미세공정과 미래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협력사의 수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으로 장비 부품 업체들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부품 국산화와 수출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는 이 밖에도 반도체 '스타트업·창업 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며, 부품·재료 공급사와 대학 등 반도체 산업 이해 관계자들의 역량을 집결해 반도체 미래 기술을 함께 연구하는 '공통 과제 연구개발센터'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직면한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등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SK하이닉스 측은 기대하고 있다.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기술혁신기업과 같은 상생협력 프로그램이 반도체제조사-장비업체-원자재업체 간 긴밀한 협업 체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더욱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