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660) 시장 왜곡 키우는 명분없는 경유세 인상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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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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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660) 시장 왜곡 키우는 명분없는 경유세 인상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정부가 또 경유세 인상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대통령 직속 재정특별위원회가 관심을 보이는 모양이다. 질소산화물 배출에 의한 미세먼지의 감축이 목표라고 한다. 작년 6월 경유세 인상안으로 여론의 몰매를 맞았던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경유세 인상과 휘발유세 인하를 함께 추진한다는 소문이다.

우리 기름값이 심하게 왜곡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7월 2주의 리터당 소비자 가격은 휘발유 1610원, 경유 1411원으로 경유가 199원이나 더 싸다. 소비자에게는 경유가 값싼 기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정유사의 공급가격은 다르다. 경유(694원)가 휘발유(645원)보다 오히려 49원이나 비싸다. 국제 석유시장에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의 가격도 경유(611원)가 휘발유(573원)보다 38원이나 높다. 미국이나 유럽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이 우리 정유사의 경유 가격에는 바이오디젤 혼합의무에 따른 리터당 15원 수준의 추가 부담이 반영되어 있다. 경유가 싸구려 기름이라는 인식은 명백하게 왜곡된 것이다.

더 비싼 경유가 소비자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는 이유는 과도하고 불합리한 '유류세' 때문이다. 현재 휘발유에는 리터당 885원(55.0%)의 유류세가 부과되지만, 경유에는 234원이나 낮은 651원(46.1%)이 부과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부가가치세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 대한 소비자 착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본래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정해진 세액은 휘발유 529원, 경유 375원이다. 그런데 정부가 휘발유에 더 높은 탄력세를 적용해서 경유 가격을 더 싸게 만들었다.

우리의 기름값 왜곡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가 기름값을 고시하던 1972년 7월에는 휘발유가 리터당 51원이었고, 경유는 그 절반인 26원이었다. 휘발유는 사치품인 승용차에 사용하는 연료이고, 경유는 국가 경제 부흥에 필수인 산업용 연료라는 당시의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것이었다. 휘발유에 사치품에 부과하는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고, 경유 승용차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교통세를 처음 도입했던 1994년 이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휘발유에는 무려 195%의 교통세를 부과했지만, 경유의 세율은 최대 26%를 넘지 않았다. 교통세를 종량제로 전환한 1996년에도 경유(48원)에는 휘발유(345원)보다 297원이나 낮은 세금을 부과했다. 그나마 휘발유와 경유의 세금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진 1999년부터였다. 455원이었던 휘발유의 교통세를 691원으로 52% 인상하면서, 경유의 교통세는 85원에서 160원으로 88%나 인상했다.

그러나 유류세 인상이 능사는 아니었다. 유류세를 내지 않은 '가짜' 기름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대체' 휘발유라는 엉터리 핑계로 유류세를 거부했던 '세녹스'도 등장했다. 결국 2001년에는 휘발유의 교통세를 61원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경유의 교통세는 오히려 116원이나 인상했지만 운송업자들의 거센 반발 때문에 유류세환급제도를 도입했다.

유류세에 의한 기름값 왜곡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가격에 의한 소비자의 선택권은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 그렇다고 경유세를 인상할 수는 없다. 경유세 인상의 부담은 소형 트럭을 운행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유류세 환급 때문에 세수 확대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질적인 가짜 경유에 의한 소비자의 피해도 심각하다. 경유세 인상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2009년의 유류세 인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유차에 대한 환경부의 과도한 거부감도 바로잡아야 한다. 유럽의 청정운행구역(LEZ)이 경유차 운행 금지구역이라는 환경부의 주장은 엉터리다. 트럭과 버스에는 경유 이외의 대안이 없다. 가스연료 업자들과의 유착 의혹도 적극적으로 정리하고, 무의미한 바이오디젤 혼합 의무도 폐지해야 한다. 경유세 인상이 아니라 휘발유세 대폭 인하가 정답이다. 경유세도 적절하게 하향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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