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한달새 3.2조 8개월래 최대
이자 부담에 대출연체율 다시 고개
소상공인 대출 1인 평균 1억 넘어
금리인상속 빚폭탄 돌리기 현실화
이자 부담에 대출연체율 다시 고개
소상공인 대출 1인 평균 1억 넘어
금리인상속 빚폭탄 돌리기 현실화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한 직원이 대출을 받으러 온 한 고객에게 자금의 사용처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고객은 "뭘 그리 자세히 알려고 하냐"며 오히려 성을 냈지만, 직원은 최근 대출심사를 강화해달라는 정부 방침이 있어 어쩔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이다. 요즘 시중은행에서 점점 일반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그동안 은행 대출창구 직원들은 영업실적을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에 대한 심사를 그리 꼼꼼히 하지는 않았다. 큰 규모의 자금이 아니면 용도를 굳이 정확하게 따지지 않고 눈감아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함에 따라 당국이 은행권에 대출심사 강화를 주문했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은행 창구 직원은 "실업률이 높아지고 경기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연체율이 높아질 것을 예상해 회사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연체 관리를 잘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각자 대출한 건에 대한 연체율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302조1000억원을 기록, 지난해 6월 말보다 10.8% 증가했다. 이는 전년동기 증가율 9.3%보다 소폭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584조6000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3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증가폭(3조3000억원) 이후 8개월만에 최대치다.
연체율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5년 말 0.33%에서 2016년 말 0.26%, 2017년 말 0.23%로 줄었으나 올해 3월 0.25%로 다시 소폭 상승했다.
2금융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4.9%로 지난해 말(4.5%)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사 역시 가계대출 연체율이 0.52%에서 0.56%로 0.04%포인트 올랐다. P2P금융의 연체율은 4.84%로지난 5월 말(3.57%)보다 1.27%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면서 이처럼 갭투자를 한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HUG가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한 세입자에게 집주인을 대신해 전세금을 내준 건수는 총 142건으로 지난해(33건)의 4배에 달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A씨는 지난 6월 갭투자(전세 끼고 대출 받아 집을 사는 투자)를 한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A씨는 지난 2년 전 전세로 들어온 집의 살던 집 계약기간이 만료돼 이사를 가려했으나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집주인은 A씨의 전세자금 1억6000만원과 은행 빚 2억원, 본인의 자금 3000만원을 들여 집을 샀던 터였다.
영세자영업자, 하우스푸어 등이 빚의 벼랑에 내몰리면서 전문가들은 이들이 자칫 빚 연체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상공인 전용 대출의 통계를 보면 1인당 1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고 있다"며 "금리가 높아지고,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이들이 빚의 벼랑에서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수·황병서기자minsu@dt.co.kr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한 직원이 대출을 받으러 온 한 고객에게 자금의 사용처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고객은 "뭘 그리 자세히 알려고 하냐"며 오히려 성을 냈지만, 직원은 최근 대출심사를 강화해달라는 정부 방침이 있어 어쩔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이다. 요즘 시중은행에서 점점 일반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그동안 은행 대출창구 직원들은 영업실적을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에 대한 심사를 그리 꼼꼼히 하지는 않았다. 큰 규모의 자금이 아니면 용도를 굳이 정확하게 따지지 않고 눈감아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함에 따라 당국이 은행권에 대출심사 강화를 주문했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은행 창구 직원은 "실업률이 높아지고 경기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연체율이 높아질 것을 예상해 회사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연체 관리를 잘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각자 대출한 건에 대한 연체율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302조1000억원을 기록, 지난해 6월 말보다 10.8% 증가했다. 이는 전년동기 증가율 9.3%보다 소폭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584조6000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3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증가폭(3조3000억원) 이후 8개월만에 최대치다.
연체율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5년 말 0.33%에서 2016년 말 0.26%, 2017년 말 0.23%로 줄었으나 올해 3월 0.25%로 다시 소폭 상승했다.
2금융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4.9%로 지난해 말(4.5%)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사 역시 가계대출 연체율이 0.52%에서 0.56%로 0.04%포인트 올랐다. P2P금융의 연체율은 4.84%로지난 5월 말(3.57%)보다 1.27%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면서 이처럼 갭투자를 한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HUG가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한 세입자에게 집주인을 대신해 전세금을 내준 건수는 총 142건으로 지난해(33건)의 4배에 달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A씨는 지난 6월 갭투자(전세 끼고 대출 받아 집을 사는 투자)를 한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A씨는 지난 2년 전 전세로 들어온 집의 살던 집 계약기간이 만료돼 이사를 가려했으나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집주인은 A씨의 전세자금 1억6000만원과 은행 빚 2억원, 본인의 자금 3000만원을 들여 집을 샀던 터였다.
영세자영업자, 하우스푸어 등이 빚의 벼랑에 내몰리면서 전문가들은 이들이 자칫 빚 연체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상공인 전용 대출의 통계를 보면 1인당 1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고 있다"며 "금리가 높아지고,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이들이 빚의 벼랑에서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수·황병서기자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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