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V낸드'로 격차 벌려
"미세공정 극대화로 경쟁력↑"
"미세공정 극대화로 경쟁력↑"
더 도약하는 한국반도체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수직 적층을 90단 이상으로 늘린 5세대 낸드플래시 '256Gb 5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하면서 경쟁자들과 격차를 벌렸다. 도시바 등 경쟁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과 스마트폰 수요 위축 등 만만치 않은 시장여건 속에서 미세공정과 독자기술을 합쳐 비교우위의 성능·가격 경쟁력을 이어가겠다는 세계 1위 전략이 집약된 결과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PC용 D램 주요 제품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반기에는 상승세 둔화 또는 일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입어 주요 업체들이 공격적인 증설을 하는 반면 수요 증가는 점점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도시바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함께 오는 2022년까지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 최대 2개동을 증설할 계획이고, 마이크론 역시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7.0%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한 가운데 도시바(19.3%), 웨스턴디지털(15.0%), 마이크론(11.5%), SK하이닉스(9.8%) 등이 뒤를 이었다.
여기에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YMTC가 올 연말 3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하는 등 중국 업체들의 본격적인 메모리반도체 도전이 시작되면 시장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증설경쟁에 같이 뛰어들 경우 과거 10여 년 전 '치킨게임'(서로 지지 않기 위해 양산 경쟁을 벌여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극대화로 해답을 찾았다. 특히 단수를 올리는데 비례해 높아지는 셀 영역의 높이를 20%나 낮추는 독창적인 기술 개발로 4세대 제품보다 생산성을 30% 이상 높였다. 추가 증설 없이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어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독자 개발한 △초고속·저전압 동작회로 설계 △고속 쓰기·최단 읽기응답 대기시간 회로 설계 △텅스텐 원자층박막 공정 기술(ALDW) 등 '3대 혁신기술'을 적용해 성능을 극대화했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낸드플래시 가격이 조정기에 접어들지만, 가격이 내려가는 대신 기존 하드디스크(HDD)가 차지하는 PC용 시장의 점유율도 늘릴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시장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의 발달에 따른 서버용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현재 거의 8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HDD 간 가격은 오는 2021년 이후 2배 정도 수준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가격이 비슷해지면 속도 등에서 우위인 SSD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SSD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의 수요도 증가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0여 년 전 대만발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승리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지만, 이건희 회장의 뚝심경영이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특히 중국과의 경쟁에서는 규모 싸움보다는 기술로 이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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