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포럼] 대구 수돗물 사태, 성숙한 시민의식 기대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7/2018070502102269607002[1].jpg "[포럼] 대구 수돗물 사태, 성숙한 시민의식 기대한다")
최근 대구시 매곡 정수장에서 과불화핵산술폰산(PFHxS)의 농도가 지난 연말에 0.45 μg/L 까지 검출된 사실이 밝혀져 많은 우려와 논란을 낳고 있다.
실상은 구미공단의 몇 개 공장에서 원료를 교체하는 공정 조정으로 인하여 과불화헥산술폰산의 방류농도가 단기간에 높아진 것이었다.
이로 인해 매곡정수장의 이 물질의 농도가 갑자기 높아져 환경부에서 원인을 찾아내고, 해당 공장의 원료물질 교체를 종용하여 문제를 해결한 사안이다.
과불화물의 독성에 대하여서는 아직 각 물질별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드물다. 그나마 과불화옥탄술폰산(PFOS)과 과불화옥탄산(PFOA)의 독성에 대한 자료가 수년 전부터 공개되면서 각국은 나름대로 수질권고기준을 설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2011년부터 수중에서 과불화물의 농도를 감시해왔으나 그 농도가 0.01 μg/L 이하의 미미한 농도라서 계속 주시하던 중에 갑자기 전년에 농도가 증가한 것을 감지하여 원인 규명과 함께 조치를 취하고 이러한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수질이 문제가 되면 대부분의 경우에 과도한 위해성 우려가 사회에 만연한다. 이번 경우만 하더라도 문제가 된 과불화헥산술폰산의 독성영향은 확실하게 판명된 바 없다. 당연히 이 물질에 대한 수질기준을 정할 근거가 부족하므로 세계 어느 나라도 수질기준으로 규제하는 바는 없다. 캐나다나 스웨덴이 각각 0.6μg/L, 0.9μg/L 의 과불화물 권고기준을 가지고 있고, 다만 호주만이 과불화옥탄술폰산의 장기적인 위해성에 주의하여 설정한 권고기준을 과불화헥산술폰산에 동일하게 적용하여 아주 엄격하게 권고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이번 대구 정수장에서 발견된 과불화헥산술폰산의 농도는 캐나다나 스웨덴의 권고기준보다는 낮았지만 호주의 권고기준보다는 높았다.
독성이 있는 물질이라 하더라도 인체나 동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바는 노출 농도와 기간이 절대적인 인자이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관련된 일일 섭취한계량은 평생 동안 섭취할 때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양으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안전율을 최소 10배 정도로 주고 설정한다.
또한 해당 물질을 음식물 및 기타 경로로 섭취할 수 있으므로 물로 섭취하는 양은 전체 일일섭취허용량의 10% 정도라고 가정하고 기준을 정한다.
그러므로 이번 대구에서 유해할 수 있는 물질이 나왔다는 것과 호주의 권고기준을 초과한 것은 유감이지만 노출기간이 짧고, 농도가 매우 낮아서 건강을 우려할 만한 사태는 아니다.
그럼에도 1991년에 페놀유입으로 인한 악취사건을 겪었고, 대구 상수원인 낙동강에 혹시라도 구미공단의 폐수가 유입되지 않을까 늘 우려하던 대구시민들이 생수에 의존하고, 약수터를 찾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고, 걱정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를 조금 다른 면으로 보아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수돗물에 과불화물이 있었다는 데는 유감이지만, 역설적으로 말하면 수돗물은 그만큼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물질은 의무적으로 검사하도록 수질기준으로 정해져 있는 항목이 아니다. 농도도 μg/L 로서 1/10억을 찾아내는 극미량 분석이다. 만약 환경부가 수돗물의 건강성을 위해 수돗물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유해할 수 있는 화학물질들을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컵에 담긴 맑은 물 한잔에, 그것이 수돗물이든 약숫물이건 간에, 어떤 물질이 들어있는지 눈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노출사태가 진정되면 수돗물에 대한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과 행동을 인식하고 좋은 평가를 내려 주기를 희망해 본다. 정부의 정책은 아무래도 시민들의 반응에 따라 힘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놀라고, 당황하고, 분노하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 된다면, 이번 상황의 관련자들은 눈총받고 열심히 할수록 사회불안만 야기하는 활동이라고 소외되고, 정부의 유해물질 감시 활동 예산이 줄어들고, 종국적으로는 수돗물에 대한 관리활동은 위축되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나칠 일들이 발생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수돗물은 공공재라고 한다. 그래서 수도요금은 매우 저렴하다. 1L에 1원이 되지 않는다. 수도요금으로 생산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부족한 비용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시민들이 수돗물이 불안하니 허드렛물로나 쓰겠다고 생각하면 결국 시민들이 먹지도 않는 허드렛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감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항상 예산을 쓸 곳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자연히 정수시설, 수도관은 개선할 비용이 없어서 갈수록 낡아가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낡은 정수시설, 녹슨 수도관에서 나오는 수돗물은 갈수록 수질이 나빠져서 세탁도, 샤워도 하기 힘들 정도의 수질이 되고, 시민들의 외면은 갈수록 심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지난 60년대 70년대에 물이 나오지 않아 고생한 세대가 겪은 어려움을 다음 세대가 겪게 하면 안 되지 않은가.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지 않도록 시민단체들과 함께 수돗물 마시기 운동을 한다. 이런 운동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수돗물은 건강에 우려가 되는 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잘 관리되고 있고, 우리 시민들의 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복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한번 발생하면 안타깝게도 수돗물 마시기 운동은 10년은 후퇴한다.
정부는 계속 감시활동을 더 많이 해 주기를, 수돗물마시기 운동은 더 힘을 내어 추진하기를, 성숙한 시민의식이 이런 활동들을 뒷받침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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