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 스토리] 장애는 `능력`의 다른 이름입니다

[요요 스토리] 장애는 `능력`의 다른 이름입니다
    입력: 2018-06-21 18:00
최경아 박사
[요요 스토리] 장애는 `능력`의 다른 이름입니다
최경아 박사
(17) 골프
마음의 눈이 더 중요
인생의 진정한 승자는


눈으로 보는 세상과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과연 어떻게 다를까? 수년 전 시각장애인들이 찍은 사진전과 그들의 그림을 보고 감화된 적이 있었다. 비록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들만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가치가 깊게 다가왔다. 그때부터 유독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됐다. 유난히 촉각과 후각이 발달된 그들에게 요트 위에서 느껴지는 바람을 쏘이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바람이 온몸을 애무해주는 짜릿함을 모를 리 없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 갈매기소리, 바다 내음 그리고 따사로운 햇살을 알려주고 싶다. 신이 주신 선물 중 시각에 불편함을 있었다면 다른 방면으로 더욱 큰 선물을 분명히 받았을 것이다. 가령 감성, 신체적 우월성, 손재주, 지적 몰입도 등 그 누구보다 잘하는 것이 있으리라.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많은 장애 중에 특히 보이지 않는 아픔과 고통이 가장 힘들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 멋진 풍경을 오로지 손과 지팡이로 느껴야 하는 절망감을 우리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최근 한 의료업체에서 주관한 시각장애인 골프대회에 출전하여 함께 동반자로 라운드하면서 가슴 뭉클하게 운동했다. 골프라는 운동은 일반인들도 정확한 임팩트를 주기 힘든 경우가 다반사고 실제로 어렵다. 임팩트 순간 클럽의 헤드가 공에 맞는 것을 눈으로 확인 후 휘니쉬자세를 취하며 공이 날아가는 것을 보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은 내 공이 어디로 갈지 궁금해서 인지 고개를 먼저 들어 목표방향을 향하다보니 공을 맞추는 순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OB나 해저드로 가는 것을 보며 아쉬워하곤 한다. 프로들은 목표방향을 본데로 공이 가고, 아마추어는 친 대로 가고, 초보자는 걱정한데로 간다는 우스게 소리가 있다. 최근 지인들과 골프라운드를 했을 때 동반자가 말하기를 "시각장애인이 골프스윙을 해도 헤드업 하더라." 하면서 자신의 헤드업현상을 합리화하는 발언을 들었다. 주위에서 빵 터지며 웃는데 그때 필자는 시각장애인을 비하하는 말투로 느껴져서 내심 마음이 아팠다. 얼마후 그분들과 실제로 라운드 할 예정인데 그때 지팡이가 되며 함께 라운드를 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리라고 결심했었다.

드디어 시각장애인 골프대회날이다. "전맹인 분이 공을 제대로 맞출수 있을까? " 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외로 밝은 표정을 지닌 여성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하이톤의 목소리로 입가에 미소가 활짝 폈다. 우울하고 힘든 표정일거라 상상했던 내 자신이 한심할 정도로 밝고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청춘을 사각장애인으로 살아온 그녀에 대한 측은지심이 들었지만 애써 태연한척하고 부드럽게 맞이했다. 프로페셔널 골퍼, 아마추어, 시각장애인과 헬퍼가 한팀이 되어 티오프를 했다. 전맹이라 헬퍼가 티도 꽂아주고 방향과 거리도 설명해주고 공도 사뿐히 올려준다. 그대로 스윙만 하면 된다지만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키 만한 막대기를 들었다가 내치는 작업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갑자기 뺨따귀 때리는 소리가 나더니 공이 저만큼 뻗어 나가는게 아닌가? 내 눈을 의심했다. 필드에 가면 우리들도 첫 티오프를 성공하는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심리적 위축과 더불어 수많은 갤러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감, 게다가 방송카메라까지 들이대고 있다면 프로가 아니라면 떨릴 상황이다. 성공적인 티샷과 더불어 세컨 우드, 아이언 퍼팅에 이르기까지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너무 많이 했을까? 오히려 그 다음으로 스윙을 한 필자는 세컨샷이 땅에 붙어서 굴러가는게 아닌가? 프로페셔널 미녀골퍼의 완벽한 골프스윙 후 긴장감이 팽배하고 최소한 시각장애인보다는 잘해야 된다는 몹쓸 자존심이 얽히고 설켜 그만 더프샷 일명 뒤땅을 치고 말았다. 그 다음 시각장애인께서 정말 인생샷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멋진 페어웨이 우드를 날렸다. "저보다 더 잘 치셨어요." 하며 축하해 드렸지만 가슴 한구석에는 창피함이 몰려왔다. 체육전공자인 필자는 잘 쳐야 본전, 못치면 체대출신 맞냐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만 들을게 뻔하다. 스포츠심리학적 접근으로 위축과 불안을 극복하고 다시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며 다시금 페이스를 되찾았다. 낯설음도 잠시, 오늘은 그녀가 주인공이기에 최선을 다해 도와드렸다. 그분도 내게 마음을 열었는지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한다. 헬퍼가 있지만 남성이다보니 용변 볼 때에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성심성의껏 붙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비록 오늘 처음 본 동반자지만, 그녀를 위해 뭐든 해주고 싶었다. 특히 계단이나 장애물이 있을때에는 미리 몇걸음 뒤 있으니 조심하라며 안내도 해드렸다. 그녀도 내 팔에 의지해서 자신의 발검음을 내딛었다.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척척 잘해내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느끼는바가 많다. 마지막 홀에는 프로님은 물론 필자도 투온하여 버디찬스를 하고 천사님도 파 퍼트를 준비하고 있다. 방송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모두가 숨죽이고 그녀의 파퍼트를 응원했다. 순간 땡그랑 소리가 나면서 한 바퀴 돌고 가는 공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따로 없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호하는 시각장애인의 함성과 갤러리들의 박수갈채 속에 나도 모르게 달려가 그녀를 껴안았다. 15년 전 홀인원 했을 때처럼 벅찬 기운이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뚫어주었다. 왈칵 그녀를 껴안고 기쁨의 눈물이 고이고 세상이 미동하듯 흔들린다. 방송카메라가 지켜보고 있어서 눈물을 애써 참고 한참 동안 우리는 껴안고 있었다.

중간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위안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그녀를 보며 혹시 수상을 못하더라도 그분이 진정한 승자라고 생각했었다. 어느 순간 부터인지 나는 그녀에게 언니라고 호칭하고 있었다. 같은 최씨 성을 가져서 언니, 동생 하기로 하고 친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스윙을 할 때마다 격려해주고 칭찬해주는 필자가 편했는지 그녀도 내게 웃으며 화답했다. 정말 잘했다고 인정해드리니 "감사합니다." 끝을 올리며 마치 경쾌한 리포터 음성처럼 신나게 대답한다. 방송국PD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진다. "기분 어떠세요?" 라고 질문하는 PD의 말에 소녀보다 더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 제 표정 보면 모르시겠어요?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보이시죠?" 카메라 보고 손 한번 흔들어드리라고 했더니 진짜 그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환희와 승리의 쾌감을 전하는 모습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의 포스다. 18홀을 무사히 마치고 사우나로 향했다. 목 뒤에 보이지 않는 비누거품을 닦아드리는데 뒷목이 어찌나 얇고 여성스럽던지 가슴이 짠했다.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토닥토닥하면서 물기를 없앴다. 가슴속에 생긴 응어리도 날리고 싶었다.

19세 교통사고로 인해 뇌를 다치면서 시신경의 문제로 시력을 잃게 되었다며 자조하듯 털어놓는다. 그때의 심정이 얼마나 아팠을까? 차라리 처음부터 세상을 보지 못했다면 덜 힘들 터인데 사춘기 소녀 때 불의의 사고로 암흑세상이 된 언니가 말하기를 처음에 시력을 잃었을 때 죽고 싶었다고 한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58세가 된 중년 여성 골퍼, 씩씩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닌 그녀는 등산도 잘할 뿐 아니라 장애인수영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적도 있다고 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 등반도 경험했다던 그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스포츠에 불가능이란 없다. 그리고 장애라는 말은 '단어'에 불과한 것이다. 하루 종일 시각장애인 선수의 열정과 의욕을 보며 나약하기 짝이 없는 내 사진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참으로 배울 점이 많고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사지 멀쩡한 사람들도 불평불만하면서 삶을 한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세상이 힘들게 느껴지거든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루만 곁에서 봉사해보자. 보고 싶은 것을 모두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사치스럽게 혜택을 누리며 살아왔는지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몇 십 년을 아버지께서 식사를 챙겨주실 때마다 미안하다는 그녀의 표정에 근심이 비친다. 외모로 보면 절대 58세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젊고 건강한 모습이 당당하고 아름답다. 앞으로 그녀를 위해,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건강요가를 가르쳐주며 그들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도록 재능기부하기로 다짐했다. KPGA, KLPGA 선수들보다도 당당하고 그 누구보다도 위대한 골퍼, 골프대회 우승을 차지한 그녀에게 온 마음을 담은 축하를 보낸다,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선수,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의 이름 최, 정, 희.

진정한 승자는 당신입니다. "정희언니! 언제나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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