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근로'연말까지 처벌 유예
한숨 돌린 산업계
"준비할 시간을 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도 명확한 기준을 재정립해줘야 한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 유예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쓴소리를 했다.
재계는 당정청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사실상 6개월 유예하기로 한 것에 대해 "급한 불을 끌 시간을 벌었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다수의 기업이 관련 제도에 맞춰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전격 시행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작업현장에서의 혼란 등 시행착오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준비해 왔던 삼성전자의 경우 개발·사무직을 대상으로 월평균 주 40시간 내에서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다음 달 1일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다. LG전자 역시 올초부터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생산직의 경우 이미 8시간 교대 체제를 구축했고, 사무직은 탄력근무제 도입 등으로 맞추기로 했다.
하지만 다수의 기업은 모의실험 수준의 준비를 하긴 했지만, 명확한 기준을 잡지 못해 시행착오를 각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는 기준을 최대한 지키긴 하겠지만 잘못하면 걸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명확한 기준을 정해서 혼란을 최소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이나 규모별로도 상황은 제각각이다. 대기업 비중이 높고 24시간 공장을 가동하진 않는 전자·자동차 등 제조 대기업의 경우 근무시간 조절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기간 집중 근무를 해야 하는 연구·개발(R&D)과 에어컨 등 일부 계절 가전은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철강업계 역시 대체 인력 충원에 대한 고민이 깊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4조 3교대가 아닌 곳은 바로 휴가 등으로 인한 대체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 수준일지 아직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이번 유예조치와 관계없이 기존 계획대로 준비하면서 여름 성수기 등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여름이 성수기라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많이 뽑는데, 올해는 평소보다 더 많이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이 사실상 6개월 유예되면서 인력 증가에 따른 현장 공사비 증가 등의 영향을 점검할 기회를 얻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혼선과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주 52시간 근무제 운용을) 한 달 앞당겨 도입했는데 아직은 시행 초기라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자체에 대해 선진국 수준의 근로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근무 기준과 원칙, 그리고 신중한 검증 작업을 거쳐 시장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토요일 근무 폐지 당시에도 산업 위기설이 돌았지만, 이후 곧 안정화했다"며 "하지만 각 업종과 직군별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직무교육과 출장 비행시간 등에 대해서도 근로기준을 정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처럼 5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적응 기간을 거친 뒤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정일·박상길·김양혁·박민영·강해령기자 comja77@
한숨 돌린 산업계
"준비할 시간을 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도 명확한 기준을 재정립해줘야 한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 유예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쓴소리를 했다.
재계는 당정청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사실상 6개월 유예하기로 한 것에 대해 "급한 불을 끌 시간을 벌었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다수의 기업이 관련 제도에 맞춰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전격 시행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작업현장에서의 혼란 등 시행착오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준비해 왔던 삼성전자의 경우 개발·사무직을 대상으로 월평균 주 40시간 내에서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다음 달 1일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다. LG전자 역시 올초부터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생산직의 경우 이미 8시간 교대 체제를 구축했고, 사무직은 탄력근무제 도입 등으로 맞추기로 했다.
하지만 다수의 기업은 모의실험 수준의 준비를 하긴 했지만, 명확한 기준을 잡지 못해 시행착오를 각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는 기준을 최대한 지키긴 하겠지만 잘못하면 걸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명확한 기준을 정해서 혼란을 최소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이나 규모별로도 상황은 제각각이다. 대기업 비중이 높고 24시간 공장을 가동하진 않는 전자·자동차 등 제조 대기업의 경우 근무시간 조절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기간 집중 근무를 해야 하는 연구·개발(R&D)과 에어컨 등 일부 계절 가전은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철강업계 역시 대체 인력 충원에 대한 고민이 깊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4조 3교대가 아닌 곳은 바로 휴가 등으로 인한 대체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 수준일지 아직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이번 유예조치와 관계없이 기존 계획대로 준비하면서 여름 성수기 등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여름이 성수기라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많이 뽑는데, 올해는 평소보다 더 많이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이 사실상 6개월 유예되면서 인력 증가에 따른 현장 공사비 증가 등의 영향을 점검할 기회를 얻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혼선과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주 52시간 근무제 운용을) 한 달 앞당겨 도입했는데 아직은 시행 초기라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자체에 대해 선진국 수준의 근로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근무 기준과 원칙, 그리고 신중한 검증 작업을 거쳐 시장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토요일 근무 폐지 당시에도 산업 위기설이 돌았지만, 이후 곧 안정화했다"며 "하지만 각 업종과 직군별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직무교육과 출장 비행시간 등에 대해서도 근로기준을 정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처럼 5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적응 기간을 거친 뒤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정일·박상길·김양혁·박민영·강해령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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