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후속 협상에 악영향 우려
한국과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전격 결정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에 상응하는 비핵화 이행 조치 없이 방중 길에 올라 미북 후속 협상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군 당국은 19일 "올해 8월로 예정됐던 방어적 성격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여부를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1994년 제네바 합의로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한 지 24년 만이고 UFG 연습 일시 중단은 28년 만이다. 미 백악관도 이날 "북한이 선의를 갖고 행동하는 한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은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과 군 당국 모두 북한의 비핵화 이행 여부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실험장 폐기 등 연합훈련 중단에 상응하는 구체적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을 폐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현재까지 북한에서는 이와 관련한 어떠한 동향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북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이날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시찰용 항공기 1대와 미북 정상회담 때 전용차 등을 실어날랐던 화물기 1대가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관영매체인 중국중앙(CC)TV와 관영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날부터 20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난다고 보도했다. 북중 정상회담은 지난 3월 말과 5월 초 각각 베이징과 다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만나 미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앞서 대북제재 완화 등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동에 대해 미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북회담 전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다롄에서 만났을 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중국은 최근 자국의 대북제재를 상당히 완화하고 있어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너무 늦기 전에 북한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미북 간 후속 협상이 조만간 평양에서 열릴 것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복잡해질 수 있어 시간이 미뤄지거나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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