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민영 기자] SK그룹이 오픈마켓 11번가 투자유치와 맞물려 분사를 추진한다. 운영사인 SK플래닛은 11번가 분사를 통해 유통기업으로의 변신 전략을 수정하고 IT 기업 시절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과 SK플래닛은 19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11번가를 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11번가 운영사인 커머스플래닛이 2016년 SK플래닛에 합병된 지 2년여 만이다. 온라인 유통업의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11번가 분사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투자를 주도한 사모펀드인 H&Q는 투자조건으로 11번가 분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18일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H&Q의 '11번가 투자 프로젝트 펀드'에 4000억원을 출자키로 했다.
SK플래닛은 11번가를 분리하면 포인트 서비스인 'OK캐쉬백'과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인 '시럽', 상품권 서비스인 '기프티콘'만 남게 된다. 이 회사는 11번가 분사 이후 계열사인 SK테크엑스와 합병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테크엑스는 ICT 플랫폼 기업으로 2016년 SK플래닛에서 분사했다. SK플래닛은 SK테크엑스와의 합병을 통해 본래 태생이었던 IT 기업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와 신세계 다음으로 국내 3위 유통사업자가 되겠다고 밝힌 지 2년여 만의 회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독립법인으로 떨어져 나오면 인력조정이나 조직개편이 전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플래닛은 11번가를 합병하고 T맵·T스토어·T클라우드 등 알짜배기 사업을 계열사에 넘기면서 영업손실이 커졌다. 11번가가 직매입 사업에 진출해 물류비용을 늘리고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 게 주 요인이었다. 11번가 합병 이후 2016년 SK플래닛의 영업손실은 전년(59억원)보다 6113% 늘었다. 투자유치도 답보상태였다. 2016∼2017년 중국민생투자유한공사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롯데와 신세계 지분투자 추진도 불발됐다.
지난해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와 서성원 전 SK플래닛 대표가 부임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냈다. 사내복지 아웃소싱 서비스인 '베네피아'를 자회사인 SK엠앤서비스에 넘겼다. 광고대행 사업을 맡는 M&C 부문은 SM C&C에 매각했다. 패션·외식·화물정보망 O2O 서비스도 줄줄이 철수했다. 2016년 인수한 스타트업 '헬로네이처' 지분 50.1%도 최근 BGF리테일에 넘겼다.
2년여 만에 다시 별도법인으로 독립한 11번가는 국민연금에게서 확보한 실탄을 통해 온라인 유통업계 1위 G마켓을 바짝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롯데와 신세계가 온라인 유통사업에 각각 3조원, 1조원 투자키로 해 온라인 유통업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부를 분할해 온라인 유통을 전담하는 신설법인을 연내 설립한다. 롯데는 오는 8월 롯데쇼핑 산하에 e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키로 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시장환경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11번가가 독립조직이 되면 시장 상황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ironlung@dt.co.kr
| 연도 | 내용 |
| 2015년 12월 | SK플래닛, 글로벌 커머스 기업으로 재편 선언 |
| 2016년 2월 | SK플래닛, 커머스플래닛(11번가) 합병 |
| 2017년 2월 | 중국민생투자유한공사 투자 유치 사실상 결렬 |
| 2017년 6월 | 롯데, 신세계 지분 투자 유치설 확산 |
| 2018년 6월 | 국민연금 4000억원 투자 유치, 11번가 분사 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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